'매력돋는 잉여들'
‘잉여’, ‘인터넷 문화’ 등 한국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신선한 소재의 영화 '잉투기'(엄태화 감독)가 알면 알수록 호기심을 자아내는 ‘잉여 문화’의 매력을 보여주며 청춘 관객들의 관심을 자극한다.
'잉투기'의 주인공은 태식(엄태구)이란 이름보다는 '칡콩팥'이라는 다소 생소한 별명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태식은 매일 게임을 하고 아이템을 거래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한 마디로 '잉여'다.

칡콩팝은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에서 사사건건 대립하던 ‘젖존슨’에게 급습을 당하게 된다. 칡콩팥과 젖존슨. 주인공 이름만 들어도 이 영화가 비단 평범한 영화가 아님을 짐작케 한다.
영화는 잉여들의 세계를 한심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게임을 하고 아이템을 거래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완전 잉여 아냐?’라는 폄하 섞인 발언은 이 세계에 없다. 실제로 아이템 직거래를 당당하게 진행하며, 계약서까지 준비하는 인물들을 보면 이 세계도 분명 우리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장르'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영화 속에서 아이템을 고가로 판매하는 태식은 오히려 능력자에 가깝다.
이런 태식이 안쓰러운 것은 그가 이처럼 그가 '키보드 워리어'인 잉여 때문이 아니다. 그가 어머니를 향해 내성적이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신중하게 표현하는 모습에서 관객들은 뭉클함을 느낀다. 결국 그가 슬픈 이유는 잉여 인간이 아닌 청춘이기 때문이다.
학업에 관심이라곤 일절 없는 '먹방소녀' 영자(류혜영)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동정이나 아련함은 없다. 먹방 콘셉트 하나만으로 매일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살아가는 영자는 특히 치킨 먹방으로 유명, 매일 후라이드 치킨이나 양념치킨 한 마리를 앉은 자리에서 뚝딱하는 야무진 식성을 과시한다.
이런 영자를 보며 남자들은 야릇한 상상을 할 수도 있다. 학교 친구들은 그를 곱지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그는 이런 사람들의 시선이나 인터넷에서 흔히 따라오는 비방용 댓글에도 결코 굴하지 않는다. 학교든, 인터넷 생방에서든 절대 주눅들지 않는 당당한 캐릭터로 재미있어 보이는 일들이라면 무조건 쫓고 보는 것이 그의 라이프 스타일이다. 요즘 10~20대가 즐겨 쓰는 말들을 일상 대화에 구사하는 그는 관객에게 공감을 구걸하지 않는다. 다만 이런 잉여의 삶도 있다라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문화’, ‘과격한 문화’라는 인터넷 문화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편견을 깨는 것은 개성 강하고 매력넘치는 캐릭터들 때문이다. 러닝타임이 흘러갈 수록 21세기 잉여 인간들이 만드는 인터넷 문화에 점차 호기심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제11회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3년 만에 탄생한 대상 수상작 '숲'의 엄태화 감독의 신작이다. 주연을 맡은 엄태구는 그의 친 동생이기도 하다. 류혜영, 권율 출연. 11월 14일 개봉.
ny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