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4인방, "하정우 사단? 부담백배" [인터뷰①]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3.10.26 14: 58

배우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 '롤러코스터'(17일 개봉) 속 배우들은 마치 핑퐁처럼 찰진 대사들을 주고받으며 한 편의 '잘 짜여진' 연극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롤러코스터'는 비행기공포증이 있는 한류스타 마준규(정경호)가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태풍 속 간신히 하나 남은 비행기로 귀국길에 오르지만 비행기가 태풍 속 추락 위기를 겪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쉴 새없이 주고받는 이야기들과 다소 황당하고 코믹한 행동들 속에서 이들은 관객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들어도 스스로는 절대 웃지 않는다.
천연덕스럽게 연기의 맛을 보여준 '롤러코스터'의 주역들인 이 4인방은 오랜 시간 함께 동고동락한 친구들. 하정우의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동문이거나 그의 학창시절 친구다. 소속사 판타지오의 한솥밥 식구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틀 속에 이들의 개성이 묻혀버리는 것은 아깝다. 한 명 한 명 주목해보자.

* 4인방은 누구?
강신철(사무장 역, 78년생. 하정우의 중학교 친구. 영화 '577 프로젝트'의 섹시 가이)
김재화(승무원 역, 80년생. 영화 '코리아' '공모자들' 등 출연, 하정우가 한국의 메릴스트립이 될 것이라 평하기도)
이지훈(의사 역, 79년생. 드라마 '스파이 명월', '직장의 신', '577 프로젝트' 등 출연. 본격 스크린 데뷔는 처음. 귀공자 외모이지만 가만 살펴보면 숨겨진 반전 얼굴(?)이 특징)
임현성(부기장 역, 79년생. 영화 '사랑'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도가니' '자칼이 온다', 드라마 '2009 외인구단' '민들레 가족' '왓츠 업'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 최근 드라마툰 '방과 후 복불복'에서 1인 10역을 연기해 화제)
- 시나리오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취향이 안 맞으면 공감하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강신철)처음에는 트리트먼트로 시작해 단편에서 중편으로, 결국 장편으로 살이 붙여간거다. 그 과정을 다 봤는데 트리트먼트에서부터 '와 재미있다'라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다 같이 아이디어를 함께 내면서 작업했다.
(김재화) 너무 재미있었다. 각자 배역을 맡고 어떤 것들을 추가하고 싶은지 하 감독님이 써 와보라고 하더라. 그렇게 같이 회의를 하고 만들어 갔다. 감독님이 의견을 많이 수렴해주셨다. 이상한 건 가차없이 다 자르더라(웃음).
- 단발머리 의사 역 이지훈, 등장이 정말 강렬하다.
(이지훈) 정우 형이 아시는 분이 말투가 실제로 그런데(의사 캐릭터 말투), 형이 농담으로 밀었는데 안 먹혔던 거다. 나도 몇 번 따라하다가 계속 살을 붙여서, 영화에 넣게 됐다. 원래 장발에 록스타 느낌, 히피족 같은 느낌도 생각했었는데 결국은 단발머리로 예쁘게 말았다.
- 코미디 영화다. 애드리브가 많았나?
(일동) 전혀.
(김재화)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그 때 오픈해 놓고 즉흥극 스타일 등 다양한 것들을 해 봤다. 영화 속 대사나 행동은 다 짜여진 것들이었다.
(강신철) 애드리브가 안 통했다. 감독님이 우리가 조금이라도 웃길라고 하면 '장난치지 말아라'고 하셨다.
- 강신철 씨는 (다른 여성 출연자에게) 따귀를 세게 맞는 장면이 있다.
(강신철) 세게 맞으니까 사람이 움찔하더라. 그 분(여성 출연자)이 반지를 빼는데 살기가 느껴지더라. 하하. 2번째 테이크에 귓방망이를 맞았는데, 퍽 소리가 났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부모님을 생각했다. 다행히 오케이가 났다(웃음).
- 김재화는 진짜 승무원 같다는 반응이 많다.
(김재화) 실제로 승무원 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다. 20대 초반에 외항사 시험을 보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 또 배우란 직업을 하기 위해 접었다.
- 기장과 부기장이 영화의 큰 웃음을 담당하는데? 
(임현성) 실제로 기장님을 뵙고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비행기 운행이 많이 복잡하지는 않다고 하더라. 비행 중의 조종석 분위기를 여쭤봤는데 영화 속과는 달리 기장-부기장 질서가 확실히 있다고 하시더라. 우리 대본을 보더니 처음에는 놀라시면서도 크게 웃으시더라. 왜 웃으시는지는 모르겠다. 하하. 그런데 음주는 정말 안 된단다. 불시에 음주검문이 있어서. 한 번은 기장님한테 '전투기는 조종사가 탈출할 수가 있는데 비행기는 왜 없냐"고 물으니 기장님이 "그러면 이 사람들(탑승객들)은 어떡하냐"고 하시더라.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어야지"란 말이 인상적이었다.
- 영화를 본 승무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
(강신철) 오히려 승무원들이 더 좋아하시더라. 정말로 승객들 중에 진상(?) 분들이 많은데, 사실감이 살아있다고. 하하.
- '하정우 사단'이라 불리는 것에 대한 생각은?
(강신철) 솔직히 부담스럽다. 하정우 감독이 톱의 위치에 있는데, 우리를 시기하는 세력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력이 아닌 부수적인 요인들로 인해 우리가 같이 작업한다고 오해를 받을 수도 있는 게 우려되는 부분이다. 악의적인 댓글도 솔직히 있다. 하지만 무조건 정에 의해 캐스팅하고 같이 작업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은 알아달라. 그 만큼 책임감이 몇 배 커진다. 하정우 감독님도 '나 다치는 건 괜찮은데 너희들이 다치는 거 싫다'고 말하신다.
(임현성) 하 감독님이 '영화가 기억되지 않아도, 너희들 배우가 보이는 영화였음 좋겠다'고 계속 말씀하셨다. 자기를 내세우기 보다는 항상 배우들을 생각하신다. 그 만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크다.
(김재화) 감독님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배우들을 쳐다보신다. (다른 배우들) 정말?(웃음). 암튼 배우 출신이고 그러다보니 다른 감독님들과는 좀 차이가 있는 건 분명했다. 그 만큼 촬영장에서 더 긴장되고 책임감이 들더라.  
(이지훈) 감독님이 나를 믿고 맡겼는데 못 하면 감독님에게도 실례가 되고 내 얼굴에도 똥칠하는 거니까. 그래서 우리 스스로가 더욱 열심히 했다. 감독님도 두 달이 넘는 시간동안 매일 아침에 연습을 시켰다. 오전 6시부터 연습을 하니까 스태프들도 안 나와도 되는데 그 시간에 같이 나와서 준비를 하더라. 흥행 성과를 떠나 욕 먹는 사람은 한 명도 남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 감독님의 모토였다. 그럴수록 우리는 더 열심히 해야 했다. 그럴수록 또 각자 연기할 때 다른 배우들이 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 일종의 긴장감이 흘렀다.
(임현성) 다른 배우들은 어떻게 (연기)하는지 지켜보게 되더라. 다른 배우가 점점 재미있어지면 불안해졌다. 그 와중에 감독님이 '기장실 안 찍어도 되겠는데? 소리만 따자' 이런 말을 하면 심장이 정말 벌렁벌렁.농담인 걸 아는데도 불안불안해지고 '나 때문에 기장실이 편집되면 안 되는데'란 걱정이 막 들더라. 그런 생각(폐 끼치지 않게 잘 해야겠다는 긴장감)을 누구나 갖고 있었던 것 같다. 다른 촬영장에서는 이렇게 심장이 뛰지는 않았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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