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 '롤러코스터'(17일 개봉) 속 배우들이 하정우 감독의 섬세하고 완벽한 면모를 폭로(?)했다. 콘티에서부터 소품 하나, 심지어 식단 반찬 하나까지에도 전부 본인이 직접 결정을 내린다는 하정우를 배우들은 하대세가 아닌 '하대감'으로 불렀다.
'롤러코스터'는 비행기공포증이 있는 한류스타 마준규(정경호)가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태풍 속 간신히 하나 남은 비행기로 귀국길에 오르지만 비행기가 태풍 속 추락 위기를 겪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쉴 새없이 주고받는 이야기들과 다소 황당하고 코믹한 행동들 속에서 관객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이들을 두고, 어떤 이는 '하정우가 부럽다'고도 말한다.
그 만큼 신뢰와 우정으로 뭉친 든든한 동료들이기 때문. 이들은 하정우의 학창시절 친구이거나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동문들이다. 소속사 판타지오의 한 솥밥 식구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스스로 배우로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무기다. '롤러코스터'의 주역들, 4인방을 만나봤다.

* 4인방은 누구?
강신철(사무장 역, 78년생. 하정우의 중학교 친구. 영화 '577 프로젝트'의 섹시 가이)
김재화(승무원 역, 80년생. 영화 '코리아' '공모자들' 등 출연, 하정우가 한국의 메릴 스트립이 될 것이라 평하기도)
이지훈(의사 역, 79년생. 드라마 '스파이 명월' '직장의 신' '577 프로젝트' 등 출연. 본격 스크린 데뷔는 처음. 귀공자 외모이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숨겨진 반전 얼굴(?)이 특징)
임현성(부기장 역, 79년생. 영화 '사랑'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도가니' '자칼이 온다', 드라마 '2009 외인구단' '민들레 가족' '왓츠 업'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 최근 드라마툰 '방과 후 복불복'에서 1인 10역을 연기해 화제)

-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강신철) 정말 좋았다. 감독님의 캐릭터에 대한 배려도 상당했고, 스태프들도 굉장히 베우들을 존중해주셨다. 대기 시간도 없게끔 아주 편하게. 우리가 그 만큼 받는데 (연기를)못 하면 예의가 아니기에 부담이 있었다.
(임현성) 아침 6시마다 연습을 했는데 정말 아름다운 현장이었다. 친분이 있는 감독과 배우들이라 긴장이 되는 것은 솔직히 있었다. 괜히 내가 누가 되지는 말아야겠다가 모든 배우들이 생각한 점이었다.
- 김재화는 하정우 감독의 뮤즈인가?
(김재화) 하하. 그러면 저야 영광. 정우 오빠가 내가 하는 행동을 보고 귀여워 해 주신다. 한 번은 감독님에게 성형에 대해 상의한 적도 있었다. 물론 말리셨다. 사실 고등학교를 예고에서 나왔는데, 워낙 주변에 너무 예쁜 애들이 많았고 그 사이에 있다 보니 어느 순간 내 매력을 스스로 잊고 '나도 저렇게 아기자기하게 예쁘고 싶다'란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성형을 고려했었는데 감독님과 다른 오빠들이 말리더라. '밥줄이 끊길거다'라고 했다. 정신을 차렸다. 나만의 색깔을 가다금도 연기를 갈고 닦아야지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강신철) 배우들에게 인공적으로 뭔가가 들어가는 것, 부자연스러운 것에 반대하는 편이다. (이지훈, 김재화에 대고) (성형을 하면) 배우 인생 끝난다는 것만 알아둬라(웃음).
- 하정우는 어떤 감독인가?
(김재화) 정말 섬세하고 완벽하다. 그래서 후배들한테 감독님이 정말 좋은 영향을 끼친다. 우리도 덩달아 열심히하게 만든다. 좀 교주 느낌이 있다.
(강신철) 아침 7시에 선글라스를 쓰고 온다. 그러면 더 무섭다. 배우들이 영화에서 조금 웃기려는 제스처를 취하면 '장난치지 마라'. '나 혼자 진지한거야?'라고 말한다. 그래서 배우들이 개그 욕심을 부릴 수가 없었다. (대사 연습을 100번 시켰다고?) 좀 굴욕적이었다. 이렇게 까지 해야 되나 싶었다. '네가 승부욕이 있는 줄 알았는데 실망이다'라고 하는데 솔직히 화가 났다. 다시 가서 새벽 4시까지 오기로 했다. 그리고 나서 회식을 했는데 나를 불렀다. 계속 안 간다고 하다가 결국 갔다. 감독님이 부르는데 가야지 뭐(웃음).
(임현성) 현장 장악능력이 정말 대단하다. 원래 '하대세'라고 하는데 우리는 '하대감'이라 불렀다.
(이지훈) 후반부에 들어서는 '우리끼리(배우들끼리)만 재미있는 거 아닌가?'란 걱정이 들었는데, 절대 의심하지 말라고 하더라. 너희들이 노림수를 두고 안 웃을수록 더 웃기다. 더욱 정극처럼 하라고 말하셨다. '영구끼'를 빼라고. 진지하게 다가가야 재미있다는 것을 항상 일깨워줬다.

- 오랜 시간 함께했다. 훈훈하게 서로에 대한 장점을 말해 달라.
(임현성) 재화는 사람을 침착하게 만든다. 단점은 그러다가 내가 다운(down)이 된다는 거다. 신철이 형은 누구와도 대화가 잘 되는 사람이다. 그런데 본인은 그것을 싫어한다. 하하. 지훈이는 유쾌하고 즐겁다.
(이지훈) 현성이는 수다꾼이다. 그래서 같이 있으면 즐겁다. 예를 들어 내가 심심할 때나 슬플 때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을 때 찾는 사람들 중 손가락에 꼽힌다. 말로 다른 사람에게 활력을 주는 사람이다. 단점은 완벽하다는 거? 하하. 재화는 배울 게 정말 많다. 사람이 살면서 저런 식으로도 생각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도 하게 만든다. 고정관념 같은 것을 깨주는 사람. 누군가를 깨우치게 만드는 사람이다. 한 마디로 크레이티브 창의력 선생님이지. 신철이 형은 기댈 수 있는 편안한 사람이다. 되게 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기댈 수 있게 만드는 착한 사람이다.
(강신철) 임성현은 수다꾼. 외모와 다르게 귀엽고 섬세하다. 지훈이는 해피 바이러스를 전파시킨다. 내가 생각했을 때는 되게 고민스러운 건데 지훈이에게는 그게 아무렇지 않은 것이 된다. 그런 긍정적인 면모를 배우려고 한다. 그러면 고민들이 줄어드니까. 재화는 에너자이저다. 하는 게 많고, 멀티태스킹을 정말 잘 한다. 굉장히 여러가지 일에 열정을 갖고 움직인다.
(김재화) 현성 오빠는 너무 귀엽다. 오빠가 나를 괴롭히고 놀리지만 속은 굉장히 따뜻하다. 지훈이는 젠틀맨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한 명 한 명 만나면 되게 젠틀한데 떼거지로 뭉치면 무뚝뚝하다. 하하. 신철 오빠는 멋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유가 다 있다. 알게 모르게 남의 힘든 상황을 알아주는 동물적인 감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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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