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이 세계적 명장에게 한국축구의 매운 맛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FC서울은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 경기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서울은 11월 9일 광저우에서 열리는 ACL결승 2차전 결과에 따라 우승결과를 가리게 됐다.
광저우를 지휘하는 마르첼로 리피(65) 감독은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우승으로 이끈 세계적 명장이다. 그는 지난 1996년 유벤투스를 이끌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차지한 바 있다.

그런데 리피의 언행은 그의 명성에 어울리지 못했다. 리피는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공식기자회견에서 “서울이 연습구장을 제공하지 않았다. 어제 도착한 선수들이 호텔에서 30분 몸을 푸는데 그쳤다. 30년 동안 감독생활을 하면서 유럽과 아시아에서 5번 결승에 올랐다. 하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한국축구를 깔보는 듯한 발언을 했다. 연습구장 문제는 이미 광저우측과 사전에 조율이 된 상태였다.
리피의 발언은 심리전에서 서울을 흔들고 가겠다는 계산이 깔린 의도적 행동이었다. 이에 최용수 감독은 “돈으로 우승을 살 수 없다. 축구에 대한 열정을 보여줄 것”이라며 맞받았다. 클럽대항전이었지만 한국축구의 자존심이 걸린 한 판이었다.

서울은 전반 11분 만에 에스쿠데로가 선제골을 터트렸다. 제아무리 리피가 세계적 명장이지만 원정경기 선제실점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리피는 엘케슨과 가오린의 연속골로 광저우가 2-1로 역전하자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일렀다. 후반 37분 데얀이 천금같은 동점골을 작렬한 것. 승리를 확신했던 리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후 데얀은 추가시간까지 줄기차게 광저우 문전을 위협했다. 하지만 끝내 역전골은 터지지 않았다. 비록 비겼지만 서울 선수들은 자신들보다 몸값이 6배에 달하는 광저우를 상대로 대등한 플레이를 펼쳤다.
25일 리피는 “비록 우리가 서울에서 푸대접을 받았지만 서울이 광저우에 오면 최고의 시설을 갖춘 구장에서 연습하도록 해줄 것”이라며 한국을 비꼬았다. 이제 ACL우승의 향방은 오는 11월 9일 광저우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가려지게 된다. 서울이 리피의 안방에서 속시원하게 우승트로피를 가져올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