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히오 에스쿠데로(25, 서울)가 간만에 환하게 웃었다. 적어도 이날 광저우전에서, 에스쿠데로에게 더이상의 눈물은 없었다.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FC서울은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 경기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데얀의 극적 동점골로 패배는 면했지만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치러지는 이번 ACL 결승전에서 2골을 내준 서울은 우승으로의 여정이 더욱 험난해졌다.
'아시아의 맨시티' 광저우는 역시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었다. 홈에서 실점 없이 이기는 것을 목표로 했던 서울은 전후반 각각 1골씩을 광저우에 내주며 어려운 경기를 했고, 그 결과 오는 11월 9일 치러질 중국 원정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벅찬 과제를 안게 됐다.

하지만 해볼만하다는 가능성을 깨달은 경기이기도 했다. 해외 베팅사는 물론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광저우의 우세를 예상했다. 지난 4강전에서 가시와 레이솔(일본)이 무리퀴-콘카-엘케슨으로 이어지는 용병 3인방의 파괴력에 호되게 당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서울은 선제골을 넣으며 안방에서 광저우의 기를 죽였다. 그리고 그 선제골의 주인공은 에스쿠데로였다.
대표팀 차출과 혹독한 일정으로 인해 피로가 누적된 윤일록 대신 선발로 출전한 에스쿠데로는 시작부터 왕성한 활동량을 과시하며 광저우의 수비를 흔들었다. 그리고 전반 11분 만에 뒤에서 이어준 데얀의 패스를 받아 수비수를 따돌리고 그대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 광저우의 골문을 열어젖혔다.
골을 넣은 에스쿠데로는 코너 플랙으로 달려가 무릎을 꿇고 감동의 세리머니를 펼쳤다. 에스쿠데로의 얼굴에는 환희가 가득했다. 오랜만에 보는 골맛이 ACL 결승전이라는 중요한 무대에서 터진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법했다. 에스쿠데로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골을 연달아 내주며 1-2로 끌려가던 후반 37분 데얀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2-2 동점을 만들어낸 것.
그동안 부진에 눈물까지 보인 마음약한 '세르'의 활약은 본인은 물론 서울에 있어서도 귀중한 것이었다. 에스쿠데로는 지난 8월 15일 열린 대전 시티즌과 경기서 몰리나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한 후 눈물을 터뜨린 바 있다. 좀처럼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하고 부진에 빠져있던 에스쿠데로가 자신의 패스를 골로 연결한 몰리나에게 감사하는 마음에 왈칵 울음을 터뜨린 것.
골에 대한 에스쿠데로의 갈망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알려주는 에피소드였다. 올 시즌 에스쿠데로는 4골을 기록하고 있으며, 마지막 골은 지난 6월 13일 부산 아이파크전이었다. 그동안 잠잠하던 에스쿠데로의 골이 '아시아의 맨시티' 광저우를 상대로 폭발하며 그동안의 설움도 함께 날렸다. 에스쿠데로에게 이제 더 이상의 눈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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