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지난 10월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두산 외야의 철벽 수비에 막혀 2승째 꿈이 깨졌습니다.
LG는 3-5로 뒤진 9회초 1사후 김용의가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치고 이어 이진영이 중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1점차로 추격했습니다.
여기서 팀에서 가장 준족인 이대형이 이진영 대주자로 나서 폭투로 2루까지 갔습니다.

이어 정성훈이 두산 세 번째 투수 정재훈으로부터 좌전 안타를 치자 2루 주자 이대형이 홈 승부를 걸어볼 만한 타이밍이어서 뛰어들었으나 타구를 잡은 좌익수 임재철이 홈으로 정확하게 송구했고 이대형은 포수 최재훈의 블로킹에 저지돼 홈을 밟지 못했습니다.
이어진 2사 2루에서도 이병규(7번)가 우전안타를 때려 역시 대주자 문선재가 3루를 돌아 홈으로 뛰었지만 이번에는 우익수 민병헌이 정확하게 최재훈에게 공을 송구해 결국 문선재도 홈에서 아웃됐습니다.
동점, 혹은 역전도 가능했던 상황에서 LG는 두산 외야수들에게 막혀 허무하게 경기를 마쳤습니다.
몸을 사리지 않고 코스를 완벽하게 막아낸 포수 최재훈의 허슬 플레이와 외야수들의 빠르고 정확한 송구가 놀라왔습니다.
그리고 임재철이 평소 좌익수 위치보다 약간 왼쪽으로 자리잡은 위치 선정과, 민병헌이 평소보다 훨씬 앞으로 나와 타구를 잡은 위치 선정이 기가 막혔습니다.
두산 중견수 정수빈은 7회 1사 1루에서 이병규(9번)의 안타성 타구 때 몸을 날리는 그림같은 슬라이딩 캐치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는데 역시 정수빈이 일반적인 중견수 위치보다 왼쪽으로 세 걸음 정도 자리잡았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두산의 2루수 고영민과 오재원은 ‘2익수’라는 별칭을 들을만큼 외야쪽으로 상당히 뒤로 물러나 수비를 펼쳐 상대의 안타성 타구를 잘 잡아내고, 유격수 김재호도 어느 때는 자리를 이동한 자리에서 상대의 타구를 잡아 쉽게 처리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줍니다.
두산 선수들의 뛰어난 능력과 함께 상대팀 타자와 자기팀 투수의 투구 성향에 따라 임기응변적으로 잘 소화한 결과로 분석됩니다.
삼성은 지난 25일 대구에서 거행된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8회초 첫 1실점 후 8회말 반격에서 정형식의 볼넷과 박석민의 2루 내야 안타로 만든 무사 1, 2루에서 최형우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채태인이 배트가 부러지면서 우전 적시타를 터뜨려 1-1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계속된 1사 1, 2루에서 이승엽이 1루 땅볼, 김태완이 3루 땅볼로 물러나며 역전으로 연결시키지 못했습니다.
이때 2사 2, 3루에서 김태완의 총알 같은 땅볼 타구는 3루 선상을 흐르는 타구로 외야로 빠질 수도 있었고아니면 김재호가 잡더라도 1루송구로 타자주자를 아웃 시키기 어렵다고 봤으나 이날은 3루수로 나선 김재호가 보통 위치보다 선상에 붙어 있어 용이하게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역전 기회를 놓친 삼성은 연장 10회 1사만루 기회에서 후속타자가 범타로 물러났고, 두산이 결국 연장 11회초 오재일이 오승환을 상대로 결승솔로포를 날리는 등 타선 폭발로 5-1로 이기고 2연승으로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갔습니다.
며칠 전 이에 대해 김재호는 “두산의 수비는 상대에 따라 선수들이 알아서 위치를 잡는다”며 “특정 상황에 맞는 시프트는 정해지지 않았다. 수비진들끼리 상의해 서로 위치를 잡는 것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김재호는 “코치님이 위치를 선정해 주기도 하지만 2루수와 이야기를 나누어 위치를 변동한다”며 전력분석팀에 의한 수비 시프트보다는 선수들이 알아서 한다 고 전했습니다.
삼성은 지난 7월 두산과 맞대결에서 2연패를 한 적이 있는데 류중일 삼성 감독은 당시 패배의 원인을 “두산의 수비시프트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두산의 수비를 무너뜨려야 우리가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은 해 온 대로의 정공법을 택하는 게 옳다고 지론을 폈습니다.
극단적인 수비시프트의 성공은 ‘반반’이라는 것입니다.
류 감독은 “두산의 수비시프트는 오히려 우리에게 이득이 될 수 도 있다”며 타자들이 조금만 흔들어 준다면 반전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두산은 독특한 수비 시프트와 함께 투수와 타자들이 의외의 활약을 펼칠 때가 있습니다.
선수들은 자신들이 기량을 발전 시키면서 변화하는데 이렇게 선수들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팀의 전력분석팀의 노고가 따른 결과로 보입니다.
현재 두산의 전력분석팀은 운영 1팀에 근무하는 15년 경력의 윤혁(47) 차장, 유필선(43) 과장,코치에서 작년 말 자리를 옮긴 김경원(42)씨, 정재훈씨, 박종섭씨 등 5명입니다.
선수 출신인 이들의 음지에서 도움으로 선수들의 경기 운영에 관한 인식이 발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태룡 두산 단장은 “예전에는 선수들이 자신의 판단을 믿고 전력분석팀이 자료를 넘기면 대충 훓어보았으나 1년전부터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김 단장은 “지금은 선수들이 분석 자료를 숙지하는 것을 재미있어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선수들의 달라진 모습은 올해 초 두산의 해외 전지훈련을 취재갔던 OSEN 기자들도 “저녁에나 밤에도 선수들의 자료를 들여다 보면서 열심히 타팀 선수들의 특성을 파악하는데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전력분석팀이 작성한 자료는 황병일 수석코치에게 먼저 전해지고 이것을 감독과 코치들에게 나누어 코칭스태프가 분석합니다.
전력분석팀은 다른 팀에도 있지만 두산이 좋은 점은 이 자료를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이를 잘 활용한다는 것이 또 하나의 두산의 장점입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