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요소 없는 MBC 주말드라마 ‘사랑해서 남주나’(극본 최현경 연출 김남원 최병길)가 조용한 진격을 이어가고 있다. 시청률 면에서는 비록 아직 전작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가족의 갈등과 사랑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시청자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는 것.
지난 26일 오후 방송된 '사랑해서 남주나'에서는 정현수(박근형 분)의 맏딸 유진(유호정 분)이 동생 유라(한고은 분)와 윤철(조연우 분)이 함께 있는 것을 목격, 충격을 받는 모습이 그려졌다.
동생이 부인 있는 남자의 내연녀라는 사실을 알게 된 유진은 충격과 분노를 멈출 수 없었다. 자신의 어머니가 과거 아버지가 저지른 불륜으로 큰 고통을 받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 유진은 그 고통을 함께 목도했던 동생이 똑같은 행동을 저지르고 만 것에 오열했다.

유진은 유라에게 "엄마가 어떤 고통을 받으며 돌아가시는지 아는 네가 어떻게 그 고통을 다른 여자한테 주느냐"고 분노와 눈물을 쏟아냈다. 유라 역시 말로는 당당하게 응수했지만 눈물을 보이며 유진에게 언니라도 자신의 변명을 들어주고 이해해주면 되지 않느냐고 호소했다. 그러나 유진은 착각하지 말라며 돌아섰다.
이어 유진은 아버지 현수가 유라의 불륜으로 고통 받았을 상처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집에 돌아와서도 남편 성훈(김승수 분)에게 두 사람의 관계를 털어놓으며 윤철과 다시는 만나지 말라고 당부했다.
유라 역시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고통스러워했다. 그간 아버지와 아버지의 혼외 자식인 동생 재민(이상엽 분)에게 차가운 분노를 드러내며 갈등을 조성해왔던 유라였다. 부인이 있는 남자와 만나며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웠지만, 어머니의 이야기를 꺼내며 고통스러워하는 언니의 모습에 죄책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이렇듯 '사랑해서 남주나'는 자극적으로 치닫는 사건 그 자체보다 이를 둘러싼 인물간의 관계와 감정에 집중하며 섬세한 디테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조금씩 사로잡고 있다. 아버지를 고통스럽게 하기 위해 불륜을 저지르는 딸,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연민이 뒤섞인 감정으로 인해 툭툭 거리는 막내 아들, 그런 아이들을 보며 마음 아파하는 무뚝뚝한 아버지 등 누구 하나 극단적인 악인 없이 현실에서 볼 수 있을법한 인물들은 극단적이고 이해가지 않는 성향을 지닌 막장 드라마 속 인물들과는 달라 공감을 준다. 그리고 이 공감가는 인물들이 겪을 수 밖에 없는 성장통은 시청자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더해준다.
지난 26일 방송된 '사랑해서 남주나'가 기록한 시청률은 전국기준 9.8%(닐슨코리아). 사실 전작 '금 나와라 뚝딱'과 비교해 봤을 때는 조금 아쉬울 수 있는 성적이다. 그러나 아직 가능성은 있다. 총 50부작인 드라마가 펼치고자 하는 이야기는 아직 시작도 안 됐다. 앞으로는 가족들의 상처와 갈등, 화해에 박근형-차화연의 황혼 로맨스, 이상엽-선다은-서지석-홍수현 등 청춘남녀의 본격적인 로맨스도 더해질 예정. 안방 극장에 해피 바이러스를 선사해 줄 '사랑해서 남주나' 표 로맨스가 또 어떤 모양을 띌 지 기대감을 모은다.
한편 '사랑해서 남주나' 매주 토, 일요일 오후 8시 45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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