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 김해숙의 진상 연기가 끝을 모르고 펼쳐지며 답답함을 안기고 있지만, 그가 '왕가네'로 시청자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지난 26일 방송된 '왕가네'에서는 늘 그랬듯 시어머니 안계심(나문희 분)과 시동생 왕돈(최대철 분)을 무시하고 구박하며 첫째 딸 왕수박(오현경 분)만을 싸고도는 이앙금(김해숙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앙금은 돈을 쫓는 속물적인 인물. 그는 부자였던 수박과 늘 가난한 호박(이태란 분)을 대놓고 차별하는 것은 물론, 사돈인 박살라(이보희 분)와의 기싸움에 안계심과는 거짓말 배틀까지 이곳저곳 안 끼는 곳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다.

얄팍하게 올라간 짙은 눈썹과 뽀글 머리를 꽉 매어 묶고 콧바람을 씩씩대는 이앙금은 늘 불평불만 가득한 말투로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며 몸싸움까지 마다치 않는 열혈 엄마. 이같은 이앙금에는 드라마를 세고 독하게 끌고 나가기 위한 분란의 중심 캐릭터라는 것과 그간 드라마에서 참고 살던 어머니상에서 탈피, 할 말은 하는 일반적인 어머니라는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또 문영남 작가의 가족드라마 특성상 그가 언젠가는 참회하며 가족 평화를 이끄는 중심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
이앙금을 향한 엇갈리는 시선 속 분명한 것은 김해숙이 연기하는 이앙금에는 시청자의 시선을 끄는 강력한 힘이 내재해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대표 '국민 엄마'로 불릴 정도로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서 남다른 모성애로 뭉클한 감동을 안겨줬던 김해숙이지만, 이번에는 이앙금의 옷을 입고 대한민국 최고의 진상 밉상 엄마를 보여주며 색다른 연기 변신을 한 것. 이러한 믿고 보던 국민엄마 김해숙의 배신이 더욱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그림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끈다는 평이다.
앞서 극 중 사위 허세달(오만석 분)의 울분에도 못마땅한 태도로 일관했던 김해숙은 잠깐 카메라가 멈춘 사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포착되며 그의 인간적인 모습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푸근한 엄마부터 힘을 주는 강인한 엄마, 안타까운 엄마, 속물적인 엄마까지 모든 캐릭터를 제 것으로 소화하는 김해숙은 그가 왜 독보적인 '국민 엄마' 배우인지, '왕가네'를 통해 또 한 번 입증하고 있다.
시청자가 막연히 설정해놓은 도덕적인 선을 가볍게 넘어서는 이앙금의 막말과 그로 인해 깊이 상처받고 굵은 눈물을 흘리는 왕호박의 눈물은 시청자에 마음껏 욕하며 볼 수 있는 기회를 무한대로 제공하며 공감대를 차곡차곡 쌓아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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