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오리온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오리온스는 26일 고양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 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서 창원 LG에게 70-77로 무릎을 꿇었다. 이로써 1승 6패가 된 오리온스는 서울 삼성, 안양 KGC인삼공사와 함께 최하위를 기록하게 됐다.
같은 최하위지만 받아들이는 의미가 다르다. KGC는 오세근, 양희종, 김태술 ‘빅3’가 부상에서 회복 중이다. 외국선수 숀 에반스도 정신을 차렸다. 점점 상승할 일만 남았다. 특히 모비스의 18연승을 저지하고 5연패를 끊으면서 1승 이상의 값어치를 얻었다. 삼성은 마이클 더니건과 김승현의 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오리온스는 핑계거리가 없다. 최진수와 김동욱의 부상후유증이 있지만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었다. 외국선수도 듬직한 리온 윌리엄스와 재계약을 맺었다. 신인선수도 6순위로 한호빈을 뽑으며 전력보강을 했다. 큰 돈 들여 영입한 FA 이현민과 연봉 3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경기가 끝나면 양 팀 감독과 수훈선수는 공식인터뷰를 하도록 되어있다. 보통 패장은 간단하게 소감만 말하고 이동하기 마련. 그런데 26일 LG전에서 패한 뒤 추일승 감독은 공식인터뷰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김진 감독과 김시래·문태종의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무소식이었다.
알고 보니 추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과 긴 시간동안 팀 미팅을 가졌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오리온스는 구단 프런트들까지 긴급회의를 할 정도로 분위기가 심각했다. 오리온스는 올 시즌 홈에서 치른 4경기를 모두 졌다. 홈 성적이 좋지 않다보니 관중동원도 시원치 않다. 26일 LG전에는 토요일 경기임에도 1441명의 적은 관중들이 왔다. 구단이 대책회의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비상사태다.

투자한 만큼 성적이 나야 하는 것이 프로다. 오리온스의 트리오 김동욱(3억 5000만 원), 최진수(1억 9500만 원), 전태풍(5억 원) 세 선수의 연봉을 합하면 10억 4500만 원으로 샐러리캡 22억 원의 47.5%를 차지한다. 3억 원을 받는 이현민까지 합치면 네 선수 몸값이 팀 전체의 60%가 넘는다. 이 중 최진수를 제외하면 모두 30대 노장들이다. 오리온스는 1~2시즌 안에 우승에 도전한다는 시나리오를 갖고 기꺼이 고액연봉을 지불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보여주는 경기력으로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그나마 희망은 최진수의 경기력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진수는 LG전에서 4쿼터 9점을 몰아넣는 등 총 18점을 올렸다. 대패할 줄 알았던 오리온스가 막판까지 추격할 수 있었던 것도 최진수의 분전 덕이었다. 외국선수 랜스 골번은 속공에 강점을 보이면서 4쿼터 8점을 올렸다. 신인 한호빈은 데뷔전에서 5개의 어시스트를 배달하면서 인상적인 첫 경기를 했다. 젊은 선수들은 충분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노장들이다. 전태풍(9.7점, 4.0어시스트), 김동욱(6.4점, 2.6리바운드, 3.3어시스트), 이현민(6.6점, 1.7어시스트)은 거액의 몸값을 전혀 해주지 못하고 있다. 슈터 노경석은 8개의 3점슛을 던져서 하나도 성공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오리온스는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다시 한 번 리빌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