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3] ‘연승 후 일격’ 두산, 2007년과 달라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10.27 17: 14

6년 전에는 그랬다. 시리즈 전부터 격앙된 분위기로 싸우다 1패에 와르르 무너졌고 결국 넘어간 시리즈 분위기를 되돌리지 못하고 2연승 후 4연패 리버스 스윕 희생양이 되었다. 2연승 후 1패 일 뿐. 2013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두산 베어스는 자제력을 잃으면 또 큰일 날 수 있다. 다행히 그들은 후반부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달려드는 투지를 발휘했다.
앞서 대구 원정 2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기선제압에 성공한 두산은 27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서 코칭스태프의 항의 시 두 차례 그라운드 진입으로 인해 선발 유희관이 3⅔이닝 만에 강판한 데다 야수진마저 잠시 냉정함을 잃어버렸다. 7회 홍성흔의 솔로포와 오재원의 2루타 이후 손시헌의 1타점 우전 안타로 따라붙었으나 2-3으로 석패했다. 2연승 후 1패를 당하며 시리즈 전적 2승1패를 기록한 두산이다.
한국시리즈 첫 두 경기 승리 후 우승을 차지한 성공률은 94%. 그런데 그 반대의 6%가 바로 2007년 두산이었다. SK와 한국시리즈를 치렀던 두산은 먼저 두 경기를 승리하며 상승세를 탔으나 내리 4경기를 패하며 결국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당시 두산의 분위기는 많이 격앙되어 있었다. 1차전을 치르기 전부터 당시 김성근 SK 감독-김경문 두산 감독이 껄끄러운 관계라는 점. 그리고 막후에서 많은 마찰 거리가 있어 첨예한 대립 양상을 띄었다. 1차전 때는 2루수 정근우가 주자 이종욱의 베이스러닝을 막으려 넘어진 상태에서 이종욱의 발을 잡고 놓지 않는 장면도 연출되었다. 1차전 두산의 2-0 승리 후에는 김성근 감독이 완봉승을 거둔 상대 선발 다니엘 리오스에 대해 “인간이 아닌 것 같다”라며 약물 복용에 대한 의심의 발언으로 두산의 심기를 긁었다.
게다가 2차전서는 베테랑 안경현이 채병룡의 공에 손가락 골절상을 입고 시즌을 마감했다. 승리가 이어지는 중에도 냉정함을 잃은 두산은 결국 3차전서 1-9로 패했다. 여기서 SK에서 이적해 왔던 주전 유격수 이대수(한화)의 1이닝 3실책이 나왔고 좌완 이혜천이 김재현의 등 뒤로 향하는 위협구를 던져 벤치 클리어링을 유발하고 퇴장당했다. 단순한 1패로 볼 수 있었으나 이 패배와 함께 두산은 완전히 자제력을 잃고 연이어 패했다. 2연승을 하고도 4연패로 무너진 유일한 케이스다.
그리고 6년이 지난 한국시리즈 3차전서 두산은 냉정함을 잃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4회초 1사 만루서 박한이의 유격수 앞 땅볼을 유격수 손시헌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2루수 오재원에게 미숙하게 연결했다. 오재원도 이 공을 한 번 떨구고 잡아 2루 베이스를 찍었다. 느린 화면으로 이 결과는 아웃이었으나 김풍기 2루심의 판정은 세이프. 오재원은 당연히 흥분해 펄쩍 뛰었고 코칭스태프도 항의하러 그라운드에 나갔다.
그러나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지영의 희생플라이 때 최형우의 득점과 관련해 코칭스태프가 또다시 항의하러 왔다. 그러나 코칭스태프가 페어지역을 두 차례 넘어섰고 포수 최재훈에게 이야기를 전한 것이 문제가 되어 결국 유희관이 일찍 내려왔다. 그래도 변진수가 추가 실점 없이 4회초를 마쳤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인 듯 보였다. 두산 타선은 집중력이 결여된 모습으로 장원삼의 호투 희생양이 되었다. 두산 타자들이 자제력을 잃고 일찍 배트를 휘두르고 노림수 타격 없이 마구 휘두르자 장원삼은 한결 편하게 던질 수 있다. 발단은 아쉬운 판정이었으나 결국 선수단이 그에 동요되며 패배를 자초하는 모습도 나왔다.
2007년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 것은 바로 7회말 공격. 주장 홍성흔은 자신이 친 파울타구를 무릎에 직격당하며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그러나 다시 일어나 좌월 솔로포로 만회점을 올렸다. 고통을 안고서도 그는 다이아몬드를 돌았다. 뒤를 이은 오재원은 우익수 방면 2루타를 때려낸 뒤 손시헌의 우전 안타 때 홈으로 뛰다 왼 햄스트링 통증을 입었음에도 그대로 홈으로 뛰어 두 점 째를 올렸다. 후속타 불발로 패했으나 삼성을 한 점차까지 따라잡아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2연승 후 1패 속 두산은 잠시 냉정함이 결여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7회 아픈 선수들의 투지로 한 점까지 따라잡았다. 석연치 않은 선실점에 냉정함을 내내 잃어버렸다면 그동안 잘 싸워왔던 경기력의 매뉴얼마저 잃어버리고 2007년의 악몽이 다시 떠오를 수도 있었다. 그러나 홍성흔이 터뜨린 투혼의 솔로포와 오재원의 절뚝이던 득점은 두산이 6년 전과는 다르다는 점을 보여줬다. 과연 3차전 패배는 6년 전 기억의 재현으로 이어질 것인가. 아니면 또다른 역사로 이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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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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