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보기드문 장면이 한국시리즈에서 나왔다. 27일 잠실구장에서 두산과 삼성이 맞붙은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두산 선발 유희관이 3⅔이닝만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문제는 두산 벤치의 판단이 아니라 야구 규칙에 따라 유희관이 강제로 마운드를 떠났다는 점이다.
이는 야구규칙 8.06 (b)항인 '감독이나 코치가 한 회에 동일 투수에게 두 번째 가게 되면 그 투수는 자동적으로 경기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4회 유희관이 선두 박석민에게 2루타를 내주자 두산 정명원 투수코치는 한 번 마운드를 방문했고, 1사 만루에서 나온 이지영의 희생플라이 때 홈에서 최형우가 세이프 된 판정을 두고 항의하는 과정에서 두산 강성우 배터리코치가 최재훈을 다독이기 위해 페어지역으로 발을 들였다.
정명원, 강성우 코치가 4회 한 이닝에 두 번 페어지역에 들어갔으니 규정 상으로는 선발 유희관이 교체되어야 했다. 그렇지만 그라운드에 있던 그 누구도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이 때 대기심이 갑자기 그라운드에 나타났다. 이날 경기를 맡은 기록위원이 이 조항을 들어 대기심에게 알렸고, 다시 대기심이 나광남 구심에게 보고한 것. 결국 유희관은 갑작스럽게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야구 규칙에 10.01 (b)항은 기록위원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록원은 기록의 균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공식기록규칙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 '볼카운트 착각으로 3볼에 타자를 1루에 내보낸다든지, 교체할 수 없는 투수 대신 다른 선수가 출전하려고 할 때 기록원은 심판에게 바로잡을 것을 조언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부정타순과 심판의 고유권한(스트라이크와 볼, 아웃과 세이프)에 대해서만 지적할 수 없다.
이날 경기는 김태선, 최성용 기록위원이 맡았다. 김태선 위원은 22년차, 최성용 위원은 16년차 베테랑 기록위원이다. 백네트 뒤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이들 두 기록위원은 예리한 눈으로 두산의 실수를 지적했고, 경기에 큰 변수까지 던져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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