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 자극적인데 막장 피한 성공 방정식 [종영①]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3.10.28 07: 36

MBC 주말드라마 ‘스캔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이 지난 27일 방송된 36회를 끝으로 4개월간의 안방극장 나들이를 끝냈다. ‘스캔들’은 부정부패와 부실공사로 인한 건물 붕괴사고 은폐, 청부 살인, 불륜, 출생의 비밀 등 자극적인 소재를 모두 끌어다썼다.
하지만 다각도로 조명한 인물간의 관계와 섬세한 감정선을 배치해 막장 드라마 대열에 이름이 올라가지는 않았다. ‘스캔들’은 높은 흡인력을 자랑했고, 시청자들의 공감까지 끌어낸 꽤 잘 만들고 꽤 잘 나가는 드라마였다.
지난 6월 29일 첫 방송을 한 이 드라마는 대기업 회장 장태하(박상민 분)의 부실공사로 인해 하명근(조재현 분)이 소중한 아들을 잃게 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명근은 충동적으로 태하의 아들인 은중(김재원 분)을 납치해 키우게 되고, 이를 뒤늦게 알게 된 태하와 또 한번 대립각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태하로 인해 아버지 회사를 잃은 태하의 아내 윤화영(신은경 분)은 온갖 수난을 겪으면서도 아들에 대한 사랑을 품었고, 태하와 또 다른 갈등을 형성했다. 여기에 화영이 태하에게 복수하기 위해 키운 가짜 은중(기태영 분)과 진짜 은중의 상처까지 갈등은 겹겹이 쌓였다.
‘스캔들’은 시작은 선이었지만 악이 된 인물과 자신이 악인지 모르는 악이 싸우는 이야기를 기본 토대로 했다. 이 드라마는 무수히 쌓이는 세월이 선과 악의 대립을 모호하게 만든다는 인생살이의 명쾌한 진리를 전하며 시청자들을 안방극장으로 끌어들였다.
복수 그 이후의 삶, 그로 인한 상처와 극복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며 인물의 내적 갈등과 인물간의 촘촘한 관계에 집중했다. 드라마는 태하의 악행으로 시작된 두 가족의 얽히고설킨 갈등을 통해 진한 부성애와 모성애를 절절하게 담았다. 태하의 끝없는 모략과 악랄한 행위들은 자극적이었다. 이는 사회권력을 쥐고 있는 지도층의 부정부패의 표본으로 보이며 사회 고발성 드라마의 형태를 띠기도 했다.
자극적인 전개였지만 개연성을 갖추고 현실에 귀를 기울인 탓에 주말 드라마의 심심치 않은 꼬리표인 막장 드라마라는 오명은 피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인물간의 갈등을 다각도로 다뤘고, 감정선 역시 세밀하게 조명한 게 주효했다. 때문에 현실은 선과 악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기에 불명확한 선악 구도를 그리겠다는 기획의도는 잘 살아났다. 배유미 작가는 막장 요소를 활용하면서도 섬세한 인물 설정과 매끄러운 이야기 전개로 흥미로운 통속극을 만들었다. 김진만 PD의 유려한 연출력과 배우들의 열연도 이 드라마를 탄탄히 뒷받침했다.
박상민은 날이 갈수록 극악무도한 악역 연기 신공을 보여줬다. 가슴 먹먹한 부성애 연기로 안방극장의 눈물샘을 자극한 조재현, 눈물이 뚝뚝 흐르는 모성애와 악에 받친 연기로 드라마의 재미를 살린 신은경 등 중견 배우들의 열연이 빛났다. 여기의 김재원은 그동안의 미소 천사 매력을 잠시 내려놓고 진중한 상남자로 변신하는데 성공했으며, 조윤희·김규리·기태영·한그루 등 젊은 연기자들도 제몫을 톡톡히 했다. 한편 ‘스캔들’ 후속으로는 유이, 정일우, 김상중 등이 출연하는 ‘황금무지개’가 다음 달 2일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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