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주말특별기획 ‘결혼의 여신’(극본 조정선, 연출 오진석)을 보고 일부 시청자들은 ‘이런 막장극을 봤나’라고, 또 다른 시청자들은 ‘너무 현실적이라 깊이 공감한다’ 등 서로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결혼의 여신’은 신념과 가치, 인생관이 다른 네 명의 여자들을 통해 우리 시대의 진정한 결혼의 의미와 그것의 소중함, 그리고 신중함에 관해 말하고자 하는 드라마. 결혼을 앞두고 두 남자 사이에서 고민하다 재벌가 아들인 검사 태욱(김지훈 분)과 결혼 후 시어머니와 상식을 뛰어넘는 고부갈등을 벌이는 지혜, 자신을 버리고 내연녀에게 간 남편 때문에 가출한 권은희(장영남 분) 등 극 중 인물들의 시월드와 불륜을 적나라하게 그려 막장드라마의 향기를 물씬 풍겼다.
그러나 ‘결혼의 여신’은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 시작했다.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예비장모가 예비사위의 휴대폰을 몰래 보고, 지질하게 여겼던 남자가 재벌집 손자인 걸 알고 바로 결혼을 결심하는 여자,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나선 남자의 얘기가 전개됐지만, 이는 드라마의 막장요소가 아니라 현실이었다.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극과 극 반응이 나온 데는 시청자들의 결혼 유무 그리고 결혼적령기이냐, 아니냐가 영향을 미쳤던 것. 물론 이 기준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분명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고 보인다. ‘결혼의 여신’은 특히 기혼자들에게서 큰 호응을 얻었다.
유부녀들은 정숙(윤소정 분)이 자신의 시어머니와 똑같고 정숙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다며 크게 공감했다. 이뿐 아니라 ‘결혼의 여신’ 속 시어머니와 장모는 현실에 비하면 양반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정숙은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하고 쓰러져 하혈까지 한 지혜에게 “애 흘린 거 맞지? 몸간수를 어떻게 했으면 애를 흘리느냐”라고 막말을 하는가 하면 또 쓰러진 지혜를 걱정하기는커녕 비난하기에 바빴다. 이뿐 아니라 아들 태진(김정태 분)이 여자관계가 복잡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탓을 며느리 혜정(이태란 분)에게 돌리는 뻔뻔한 시어머니였다.
또한 현우는 결혼적령기의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였다. 현우는 사랑보다는 결혼할 시기에 세경이 있어 결혼하려고 했던 남자. 요즘 상대방을 진심으로 사랑해서 결혼을 결정한 게 아니라 나이와 주변 사람들에게 쫓겨서 결혼하려는 사람들을 뜨끔하게 하는 캐릭터였다.
‘결혼의 여신’은 초반 시월드와 불륜 등 자극적인 소재들을 담아 막장드라마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관심을 가지고 좀 더 깊이 봤더니 극 중 인물과 에피소드들은 주변에 존재했고 우리 삶과 직접 연관된 고민을 생각해볼 기회를 준,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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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결혼의 여신’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