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수록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김지훈과 남상미에게 있었다.
김지훈과 남상미는 지난 27일 종영한 SBS 주말드라마 '결혼의 여신'에서 각각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송지혜(남상미 분)과 결혼한 강태욱, 뚜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자존심이 센 작가 송지혜로 열연을 펼쳤다. 두 사람은 치열한 사랑을 드라마틱한 감정의 변화로 표현했으며, 동시에 조금씩 현실과 타협해 나가며 겪게 되는 심경을 세밀한 감성으로 그렸다.
김지훈이 맡은 태욱은 누구보다 사랑 때문에 좌절하고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 대기업인 신영그룹의 셋째 아들로 매사에 철두철미한 성격인 태욱은 지혜와 사랑을 키워가며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태어나 처음으로 부모의 뜻을 거스르며 선택한 결혼이었으나 가족과의 불화, 마음을 잡지 못하는 지혜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김지훈은 안정적인 발성으로 캐릭터 몰입을 도왔다. 냉철한 검사 태욱을 위해 중저음의 목소리를 유지했고, 지혜를 바라볼 때 나왔던 그윽한 눈빛은 그의 매력을 높이는데 톡톡히 한몫했다. 한 여자를 한결같이 사랑하는 모습은 여성 시청자들의 판타지와 맞아 떨어졌고, 드라마 인기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꽃미남으로 불릴 만큼 이국적인 이목구비도 동화 속 왕자님 캐릭터를 완성시키는 요인이었다.
남상미는 태욱과 김현우(이상우 분)를 오가는 심리적 방황을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소화했다. 태욱과 결혼을 앞두고 운명처럼 만나 사랑을 불태웠던 현우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모습은 남상미가 그린 지혜를 통해 명확해졌다. 자존심이 강하기 때문에 도덕성을 해하는 행동을 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현우를 잊은 건 아닌, 복잡한 심리상태를 끝까지 가져왔다.
지난 26일 방송에서 사랑을 확인했던 지혜와 태욱은 서로를 너무 아끼기 때문에 이혼을 결심했다. 결국은 자신 때문에 힘들어 하는 지혜를 보기 힘들었던 태욱은 그를 놓아주기로 결심했다.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가슴 아픈 인과관계가 성립한 케이스였다.
'결혼의 여신'은 남상미, 이상우, 김지훈 등 세 남녀 배우가 그려가는 복잡한 감정을 기반으로 스토리가 전개됐다. 사랑을 하지만 포기할 줄 알아야 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포기해야 한다는 사랑의 아픈 면을 끄집어내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현실감 높은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지면서 드라마의 완성도는 한층 높아졌다.
한편 '결혼의 여신'은 신념과 가치, 인생관이 다른 네 명의 여자들을 통해 우리 시대의 진정한 결혼의 의미와 그것의 소중함, 그리고 신중함에 관해 말하고자 하는 드라마. 지난 6월 첫 방송 됐으며 '며느리 전성시대', '솔약국집 아들들'의 조정선 작가가 극본을, '프라하의 연인',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의 오진석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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