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한국시리즈 생각만 한다".
삼성 마무리투수 오승환(31)은 올 시즌을 끝으로 구단 동의하에 해외 진출 자격을 얻는다. 올 시즌 내내 일본프로야구 팀들이 꾸준히 러브콜을 보낸 가운데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문도 흘러나왔다. 올해 두산과 한국시리즈는 당분간 국내에서 치를 그의 마지막 무대가 될 수 있다.
오승환은 "지금은 한국시리즈를 하고 있다. 모든선수들이 정말 1년 내내 고생해오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내년 시즌 어디서 뛴다고 말할 수 없다"며 "시즌 때 항상 해온 이야기처럼 지금은 한국시리즈만 생각한다. 해외 진출은 한국시리즈가 끝난 후 속 시원하게 말하겠다"고 밝혔다. 행여나 자신 때문에 팀에 누가 끼칠까봐 걱정하고 있다.

그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대단한 위력을 뽐내고 있다. 2차전에서 비록 패전투수가 됐지만 4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두산 타선을 제압했다. 3차전 역시 1점차 상황에서 1이닝을 탈삼진 2개 포함 무실점 퍼펙트로 깔끔하게 막고 세이브를 올렸다. 2경기 5이닝 10탈삼진 1실점으로 괴력의 피칭.
특히 2차전에서 4이닝 동안 53개의 공을 던진 후 하루 휴식을 가진 뒤 3차전에서 다시 17개의 공을 던지며 투혼을 발휘했다. 그는 "이기는 상황에서 무조건 나간다고 생각했다. 연습할 때 감독님과 코치님이 상태가 어떠냐고 하셨는데 당연히 나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연투가 아니라 하루 쉬었다. 불펜투수는 하루 쉬면 괜찮다"고 자신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도 오승환에게 고마운 마음 뿐이다. 류중일 감독은 "53개 던지고 하루 쉬었는데 오승환은 워낙 튼튼한 선수다. 150km 이상 던졌다. 걱정을 했었는데 의외로 잘 던져줬다. 오승환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고마움을 감추지 않았다. 오승환의 투혼이 팀 전체에도 큰 자극이 돼 반격의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오승환은 4~5차전에서도 출격을 자신했다. 그는 "2차전을 마친 후 하루 쉬었기 때문에 문제없다. 3~5차전은 잠실 3연전이다. 시즌 중에도 3~4경기 연속 나간 적이 있는 만큼 부담은 없다"고 등판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만약 4차전에서 또 50개 이상 던져야 하는 상황이 오면 던질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주저하지 않고 "네"라고 간단명료하게 답했다.
오승환이 올 시즌 후 팀을 떠나면 삼성은 상상 이상의 공백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게 한국시리즈를 통해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오승환의 투혼이 없었다면 올해 한국시리즈는 두산의 몫이 될 수 있었다. 오승환의 투혼이 잠자던 사자를 일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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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