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천금의 4차전을 가져가며 12년만의 우승을 눈앞에 뒀다.
두산은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3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삼성과 한국시리즈 4차전서 2-1로 승리, 시리즈 전적 3승 1패를 만들었다. 이로써 두산은 1승만 더하면 한국프로야구 통산 최초의 4위 우승팀이 된다.
명암은 역시 마운드 대결, 그것도 선발투수 1+1 전략에서 갈렸다. 이날 두산과 삼성은 각각 선발투수로 이재우와 배영수를 예고했는데, 이는 뒤에 데릭 핸킨스, 차우찬을 머릿속에 넣어둔 마운드 운용이었다.
실제로 두산은 앞선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서도 이재우와 핸킨스를 묶어서 기용해왔다. 삼성 또한 한국시리즈에 앞서 차우찬을 ‘+1’카드, 즉 선발투수가 조기 강판 됐을 때 차우찬을 등판시키겠다고 예고했다. 실제로 삼성은 이전 한국시리즈서도 차우찬을 두 번째 선발투수로 기용해 특급 에이스가 없는 팀의 약점을 제대로 메웠다.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할 것 같았던 4차전. 하지만 결과적으로 승부는 이재우와 배영수에 의해 갈렸다. 이재우가 5이닝 2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으로 전성기의 모습을 재현한 반면, 배영수는 구심의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지 못하며 1회부터 2실점, 2회에 조기강판 당하고 말았다.
두산은 1회말 정수빈의 기습번트가 내야안타로 이어진 것을 시작으로 김현수가 볼넷, 최준석이 적시 2루타를 쳐 두산이 선취점에 성공했다. 이후 두산은 오재일이 볼넷으로 출루하고 양의지가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날려 곧장 추가점을 뽑았다.
경기는 2회부터 8회까지 0의 행진이었다. 삼성은 2회말 배영수가 김재호를 볼넷으로 출루시키자 곧장 두 번째 카드인 차우찬을 꺼내들었다. 차우찬은 구위와 제구, 그리고 완급조절에서 완벽한 모습을 자랑하며 두산 타선을 침묵에 빠뜨렸다.
두산의 두 번째 카드 또한 완벽했다. 가을잔치서 반전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핸킨스는 6회부터 등판해 2⅔이닝 1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정교한 제구력을 앞세워 단 하나의 볼넷도 기록하지 않았고,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으로 삼성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정규시즌만 놓고 보면 두산은 삼성에 상대가 되지 않았다. 삼성의 팀 평균자책점이 3.98인데 반해 두산은 4.57이었다. 삼성이 여유 있게 선발 로테이션을 돌렸지만, 두산은 주축 투수들의 부상으로 시즌 내내 선발진 5명을 채우기도 버거웠다. 불펜 또한 삼성이 오승환이란 완벽한 마무리투수가 있는 반면, 두산은 시즌 중 4번이나 마무리투수가 바뀌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바뀌어버렸다. 포스트시즌이 거듭되면서 두산은 마운드에 오르는 대부분의 투수들의 기량이 향상되고 있다. 정재훈 또한 전성기의 제구를 되찾아 이날 경기서 리드를 지켰다. 신예 윤명준은 팀이 궁지에 몰린 순간마다 배짱투를 펼쳤다. 이렇게 두산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철벽 마운드 구축으로 최근 몇 년 동안 자신들을 괴롭혔던 만년 2인자 딱지를 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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