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내내 기회를 놓치고 있는 삼성이다. 이길 자격을 증명하기에는 모자랐다. 결국 정규시즌 1위 팀이자 한국시리즈 3연패를 노렸던 삼성이 벼랑 끝에 몰렸다.
삼성은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1회 내준 2점을 타선이 끝내 만회하지 못하며 1-2로 졌다. 선발 배영수에 이어 2회 마운드를 이어 받은 차우찬이 6⅓이닝 3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분전했지만 타선의 침묵 앞에는 백약이 무효였다. 이날 삼성 타선은 단 4안타를 기록하며 고개를 숙였다.
시리즈 내내 타선이 고전이다. 3차전까지 삼성의 팀 타율은 1할8푼7리에 그쳤다. 타점도 3경기 31이닝에서 5개에 머물렀다. 두산 마운드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힘이 떨어져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너무 심각한 침묵이다. 여기에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번번이 놓치고 있다. 쉽게 갈 수 있는 기회를 차버리고 있는 것이다.

1차전에서 기회 때 병살타 2개가 나오며 침묵을 시작한 삼성은 2차전에서는 두 번의 만루 기회를 살리지 못한 끝에 연장에서 졌다. 삼성 타선이 한 번만 기회를 살릴 수 있었어도 연장전, 그리고 패배는 없었을 수도 있었다. 3차전에서는 이기기는 했으나 초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1회와 2회 2루타 1개씩이 나왔지만 후속타 불발에 울었다. 3회에는 병살타가 나왔다. 4회와 7회 득점을 올리며 가까스로 1승을 거두긴 했지만 상대 실책에 편승한 감이 있었다.
말 그대로 타선의 순수한 힘으로는 득점을 올리기 어려웠다는 의미다. 이런 침묵은 4차전에도 계속됐다. 삼성은 2회 1사 1,2루, 3회 2사 만루라는 좋은 기회를 놓쳤다. 여기에 한 방만 나왔어도 1회 실점을 만회할 수 있음은 물론 분위기까지 바꿔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중심타선이 해결에 실패하는 모습이 계속 나오며 상대 선발 이재우의 기를 살려줬다. 결국 이재우는 5이닝 8탈삼진 무실점으로 경기 초반을 제압했다.
9회 마지막 기회도 아쉬웠다. 최형우의 2루타, 박석민의 볼넷으로 무사 1,2루 기회를 잡은 이승엽이 범타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남겼다. 박한이의 고의사구 이후 정현이 희생플라이로 1점을 만회했으나 마지막 타자 진갑용이 주자들을 정리하지 못하고 결국 패배를 인정해야 했다. 대타감도 이미 소진한 상황이었고 응집력 또한 떨어져 있었다.
삼성 타선이 다소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건 예상된 부분이었다. 경기를 꾸준히 치르며 감은 살아 있는 두산에 비해 삼성은 정규시즌 종료부터 한국시리즈까지 20일 가량을 쉬었다. 연습 경기를 치르긴 했지만 실전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감을 되살리는 것이 관건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 우려의 유효기간은 1~2경기로 본 것에 비해 삼성 타선의 침묵은 너무 길게 이어지고 있다. 이제 벼랑 끝에 몰린 삼성 타선이 야성을 찾을 수 있을까. 5차전의 최대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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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