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3연패를 꿈꿨지만 현실은 그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며 이제 벼랑 끝에 몰린 삼성이다. 한 번만 발을 잘못 밟으면 추락하는 상황에서 삼성이 마지막 변화를 줄지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삼성은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두 번째 투수 차우찬의 역투에도 불구하고 타선이 좀처럼 기회를 살리지 못하며 1-2로 졌다. 전날(27일) 3차전 승리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한 삼성은 이로써 시리즈 전적 1승3패를 기록했다. 말 그대로 이제 한 번의 패배는 곧 한국시리즈 3연패 좌절을 의미한다.
삼성의 한국시리즈 4경기 평균자책점은 3.00이다. 1차전 선발 윤성환이 무너진 것을 제외하면 마운드는 그래도 힘을 내고 있는 모습이다. 결국 답답한 것은 타선이다. 삼성은 4경기에서 팀 타율이 1할7푼5리에 그쳤다. 타점은 6개에 불과하고 출루율도 2할7푼7리로 떨어진다. 주축 타자들이 자신들의 몫을 못하고 있는 것이 뼈아프다.

실제 리드오프 배영섭은 4경기에서 타율 6푼3리(16타수 1안타)로 침묵 중이다. 중심타선도 사정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3번부터 6번까지 한 방이 있는 선수들이 배치되어 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만 못하다. 6번 타순에서 종지부 임무를 기대했던 이승엽이 1할3푼3리의 타율에 그치고 있는 것을 비롯, 박석민(.286) 채태인(.235)의 타율도 썩 좋은 편은 아니다. 4번 최형우가 3할3푼3리로 분전하고 있으나 타점은 없다. 타율보다는 못한 ‘체감 활약’이다.
결국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1경기 패배가 곧 가을의 종료를 의미하는 상황에서 뭐라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류중일 삼성 감독도 4차전 패배 이후 “시즌 내내 중심 타선을 박석민-최형우-채태인-이승엽이 맡아줘서 잘 해왔다. 하지만 타순을 바꿔서 좋은 경우도 있었다”라면서 “내일은 아직 어떤 카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른 카드를 빼들고 하고 싶다”고 변화를 시사했다.
김상수 조동찬으로 이탈로 내야는 손을 대기가 어렵다. 결국 핵심은 이승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3할4푼8리, 1홈런, 7타점으로 활약하는 등 큰 경기에 강한 모습을 보여줬던 이승엽은 올해 한국시리즈 들어 활약상이 저조하다. 타율은 그렇다 치더라도 결정적 순간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장면이 더러 있었다. 아무래도 시즌 막판부터 좋지 않았던 몸 상태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
한 방이 있고 팀 타선의 상징적 존재인 이승엽을 뺀다는 것은 분명 부담이 크다. 류 감독이 2차전 이후 “이승엽을 뺄 생각이 없다”라고 한 것도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화가 필요한 삼성이고 변화를 택한다면 그 지점은 이승엽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승엽을 선발 라인업에서 뺀다면 정형식의 투입이 가능한데 몇몇 부분에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까닭이다.
올 시즌 2할7푼3리의 타율을 기록한 정형식은 두산전에서는 2할8푼9리로 시즌 타율보다 더 좋은 성적을 냈다. 정형식을 외야로 투입하고 최형우가 지명타자 자리에 들어오는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 있다. 이 경우 역시 부진한 배영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혹은 불발탄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하위타선에서 반전을 도모해 볼 수도 있다.
정형식은 두산 5차전 선발로 예고된 노경은과 올 시즌 3차례 상대해 안타 하나를 때려냈다. 올해 한국시리즈에서는 아직 안타가 없지만 수비력과 기동력을 보완할 수 있는 카드임에 틀림없다. 이승엽이 벤치에서 대기한다는 것은 삼성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대타 카드의 보완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만약 이승엽을 그 자리에 둔다면 박한이나 배영섭과의 자리 맞바꿈도 예상이 가능하다. 삼성이 변화를 꾀할지, 변화를 꾀한다면 어떤 변화를 선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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