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류중일 감독 믿음의 야구 '최대 위기' 봉착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10.29 06: 59

삼성 류중일(50) 감독의 리더십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바로 '나믿가믿'이다. 감독 데뷔 첫 해였던 2011년 외국인 타자 라이언 가코를 두고 "나는 믿을거야, 가코 믿을거야"라고 말한 것에서 유례됐다. 류중일 감독 야구의 요체는 바로 믿음이었다. 
류 감독의 믿음은 지난 2년간 삼성의 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 통합우승 2연패를 이끈 원동력이었다. 큰 틀에서 선수들을 믿고 밀어줬다. 2012년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을 보였던 최형우와 배영섭 그리고 차우찬이 보답한 게 대표적인 케이스. 지난 3년간 헤매던 채태인을 끝까지 믿은 끝에 부활시킨 것도 류 감독이었다. 
그러나 류 감독의 믿음 야구가 2013년 가을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 이승엽이 그 중심에 있어 더욱 딜레마다. 시즌 내내 이승엽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였던 류 감독의 믿음이 한국시리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이승엽의 응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승엽은 올해 111경기에서 타율 2할5푼3리 13홈런 69타점에 그쳤다. 타율은 데뷔 후 최저 기록이었고, 홈런도 1996년(9개) 이후 최소였다. 무엇보다 출루율이 3할도 되지 않는 2할9푼8리에 머물렀다. 시즌 막판에는 허리 부상까지 당했다. 하지만 올 시즌 내내 류 감독은 "이승엽만한 선수가 어디있나"고 믿음을 잃지 않으며 타순도 3~4번에 고정시켰다. 
정규시즌에서 류 감독의 믿음은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 류 감독은 이승엽을 6번 지명타자로 고정하며 타순과 수비의 부담을 덜어주려 애썼다. "이승엽이 3주 동안 훈련을 열심히 소화했다. 큰 경기이니까 해줄 것이다. 끝까지 믿어보겠다"는 게 류 감독의 말이었다. 그러나 이승엽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시리즈 4경기 15타수 2안타 타율 1할3푼3리. 특히 득점권에서 5타수 무안타로 무기력하다. 
이승엽의 부진이 계속 되고, 삼성이 타선 침체로 흔들린다. 만약 이대로 한국시리즈 패권을 내주게 된다면 류 감독의 믿음 야구도 크나큰 치명타를 입게 된다. 지난 2년은 우승으로 모든 것을 무마했다. 결과적으로 류 감독이 믿음을 보낸 선수들이 모두 보답을 했다. 결과가 좋았기에 류 감독의 믿음은 '인내의 야구'로 칭송받았다. 
그러나 올 가을 류 감독의 믿음 야구는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류 감독의 인내심도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 류 감독은 "시즌 내내 박석민·최형우·채태인·이승엽이 중심타선을 맡아서 잘 해줬다. 하지만 타순을 바꿔 좋아진 경우도 있었다"며 "어떠한 카드가 될지 몰라도 5차전에서는 다른 카드를 빼들겠다"고 선언했다. 
이승엽의 선발 제외 같은 극약처방도 고려해 볼 만하다. 발 빠른 정형식을 2번 타순에 넣고, 박한이를 6번으로 옮겨 중심타선을 뒷받침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적어도 올 가을 류 감독의 믿음 야구는 통하지 않았고, 이제는 벼랑 끝에서 살아남기 위한 변화가 절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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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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