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추신수(31, 신시내티 레즈)의 차기 행선지는 어디일까. 아직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열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추신수의 행선지를 둘러싼 관심은 꼬리를 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친정팀 중 하나인 시애틀이 추신수 영입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미 스포츠전문매체인 블리처리포트는 29일(이하 한국시간) 시애틀 매리너스의 오프시즌 전망을 다루면서 이상적인 내용보다는 좀 더 현실에 주목한 의견을 내놨다. 올 시즌 71승91패(승률 .438)를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4위에 처진 시애틀은 전력 보강이 필요하다. 다만 팀 재정상 돈을 펑펑 쓰기는 어려운 팀이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고의 효과를 내야 할 필요가 있다. 블리처리포트도 이런 팀 사정에 주목한 것이다.
블리처리포트는 가장 필요한 부분으로 리드오프 보강을 거론했다. 올 시즌 시애틀의 1번 타자들은 전체 2할4푼7리의 타율을 합작하는 데 그쳤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확실한 1번 타자도 없었다는 것이다. 총 8명의 선수가 1번 타순에 들락날락했다. 브래드 밀러가 그나마 나은 활약을 보였지만 그의 타율은 2할6푼9리, 출루율은 3할1푼9리에 불과했다. 추신수의 출루율과는 1할 이상 차이가 난다.

스즈키 이치로가 팀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시애틀은 1번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 블리처리포트의 주장이다. 블리처리포트는 “꾸준히 출루할 수 있는, 그리고 투수들을 불편하게 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면서 보강 필요성을 역설했다. 다만 1번 타자감은 여전히 구하기 어렵다. 블리처리포트도 올 FA시장의 가장 뛰어난 1번 타자 중 하나인 제이코비 엘스버리(보스턴)에 대해서는 “계약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총액 1억 달러가 넘어갈 것이 확실시되는 몸값 때문이다.
때문에 블리처리포트는 엘스버리보다는 몸값이 다소 저렴할 것으로 보이는 추신수를 비롯, 라자이 데이비스(토론토)와 네이트 맥러스(볼티모어)를 “현실적인(realistic) 옵션”이라고 지목했다. MLB 최고의 리드오프 중 하나였던 추신수는 더 이상 말할 것이 없는 최고 옵션이다. 데이비스와 맥러스는 추신수에 비하면 한 단계 아래의 선수이기는 하나 현재 시애틀의 상황에서는 떡이 커 보일 수 있다.
물론 추신수의 몸값도 엘스버리 못지않게 비싸다는 점에서 시애틀이 추신수 재영입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추신수도 5년 총액 1억 달러의 연봉을 바라보고 있다. 펠릭스 에르난데스에 거액의 장기 계약을 안겨다 준 시애틀로서는 또 하나의 고액 연봉자를 영입하기는 부담스럽다. 시애틀행 루머가 꾸준히 나오는 와중에서도 성사 가능성을 그리 높지 않게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상황 자체는 흥미롭다. 추신수에게 시애틀은 각별한 의미를 가지는 팀이다. 메이저리그 데뷔를 이뤘던 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쳐주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고 결국 이치로에 밀려 팀을 떠나야 하기도 했다. 애증의 대상이다. 이런 추신수를 시애틀이 다시 노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점은 재밌는 일이다. 그만큼 2006년 시애틀을 떠날 때에 비해 추신수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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