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경기에서는 홈런 한 방으로 분위기가 좌우된다. 가라 앉았던 분위기를 되살리는데 홈런 만큼 좋은 건 없다. 그래서 홈런을 '야구의 꽃'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삼성은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앞세워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2002년 LG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이 가장 대표적이다. 당시 20타수 2안타의 극심한 부진에 허덕였던 이승엽은 6-9로 뒤진 9회말 1사 1,2루 상황에서 LG 이상훈의 슬라이더를 잡아 당겨 오른쪽 펜스를 넘기는 동점 스리런으로 연결시켰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한 방.
곧이어 마해영이 끝내기 홈런을 쏘아 올려 10-9 승리를 장식했다. 1985년 통합 우승 이후 정상 등극의 한을 풀지 못했던 삼성은 이승엽과 마해영의 홈런포를 앞세워 한국시리즈를 제패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2011년 SK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는 강봉규가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렸다. 4차전까지 타율 3할8리(13타수 4안타)로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한 강봉규는 5차전서 0-0으로 맞선 4회 1사 후 상대 선발 브라이언 고든의 2구째 직구(144km)를 받아쳐 좌측 펜스를 넘기는 솔로 아치로 연결시켰다. 비거리 110m.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만큼 제대로 맞았다. 그해 삼성은 사상 첫 3관왕에 등극하기도.
지난해에도 마찬가지. 이승엽이 1차전서 선제 솔로포를 가동하며 삼성의 기선 제압을 이끌었고 최형우는 2차전서 2-0으로 앞선 3회 2사 만루에서 SK 선발 마리아 산티아고의 4구째 바깥쪽 높은 체인지업(124km)을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만루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비거리 120m) 역대 포스트시즌 11번째이자 한국시리즈 세 번째 만루홈런.
삼성은 막강 화력을 앞세워 1,2차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정상 등극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그리고 5차전까지 14타수 1안타로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박석민은 6차전서 투런 아치를 가동하며 아쉬움을 훌훌 털었다. 삼성의 2년 연속 우승 축포였다.
삼성은 두산과의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대포 가동에 기대를 걸었다. 화끈한 공격력을 앞세워 기동력 저하의 단점을 상쇄할 분위기였다. 4차전까지 삼성의 팀홈런은 1개 뿐. 1차전서 박석민의 선제 솔로포가 유일하다.
홈런 뿐만 아니라 2루타도 5개에 불과하다. 삼성은 전날 경기에서 두 차례 만루 기회를 잡았음에도 1점을 얻는데 그쳤다. 1승 3패 말 그대로 벼랑 끝 위기에 내몰린 삼성이 기적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홈런만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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