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유리에게 이렇게 귀여운 매력이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뚜렷한 이목구비의 아름다운 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대개 ‘도도’, ‘시크’라는 단어가 적당했다. 그런데 드라마 ‘주군의 태양’ 후 김유리에게 ‘귀여움’이라는 단어가 추가됐다.
그간 김유리가 선보였던 역할이나 겉으로 풍기는 이미지로는 귀여운 것과는 어울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주군의 태양’을 통해 그는 확실히 자신 안에 깊숙이 잠재된 귀여운 매력을 찾아낸 듯하다.
김유리는 ‘주군의 태양’에서 아시아 최고의 모델 겸 가수로 겉으로는 도도하지만 속으로는 정이 많은 태이령으로 분해 열연했다. 극 중 김유리는 앞서 드라마 ‘불굴의 며느리’, ‘청담동 앨리스’에서 맡았던 악녀 캐릭터를 생각나지 않게 할 정도로 태이령과 한몸이 돼 연기를 펼쳤다.

많은 사람 앞에서는 도도한 스타지만 좋아하는 강우(서인국 분)에게는 한없이 여린 여자였다. 강우의 말 한마디에 노심초사하고 강우에게 뽀뽀하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소녀 같은 여자였다. 특히 김유리가 극 중 보여준 코믹한 모습은 큰 재미를 선사했다. 김유리가 전지현의 주방기구 CF를 패러디한 장면은 시청자들이 배꼽을 잡고 웃게 했다.
“전 정말 진지하게 했어요. 촬영할 때 매니저한테 휴대폰으로 찍어서 보여 달라고 할 정도로 열심히 했어요. 촬영 후에 매니저가 찍은 동영상을 모니터링을 하는데 감독님, 카메라 감독님 어깨가 들썩이는 게 보이더라고요. 내가 한 연기가 웃는 걸 저는 모르는데 동영상을 보니 ‘아, 내가 찍을 때 웃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쁘더라고요. 안 웃겼을까 봐 걱정했었는데 웃겨서 다행이었죠.”

차도녀 같은 이미지의 김유리가 선보인 코믹한 연기는 그 재미를 배가시켰다. 안 그럴 것 같은 사람이 보여주는 새로운 모습은 더욱 큰 반전을 만들어내기 때문. 이에 시청자들은 ‘주군의 태양’이 방송되는 내내 김유리에게 ‘귀엽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정작 김유리 본인은 이 같은 반응이 낯설기만 하다.
“귀엽다는 반응이 의외였어요. 제가 귀여운지 전혀 모르고 연기했어요. 주변에서 귀엽다고 할 때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진짜일까’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웃음) 반신반의했죠. ‘귀엽다’, ‘사랑스럽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 반은 믿고 반은 응원해주는 의미라고 생각했어요. 저한테 귀여운 모습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김유리는 진짜 자신이 귀엽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서 이런 반응을 보일 수도 있겠다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 김유리는 참으로 겸손한 사람이었다. 주변에서 ‘예쁘다’, 그리고 ‘주군의 태양’을 통해 ‘귀엽다’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을 법도 한데 김유리의 반응은 의외였다.
“그런 반응들이 익숙해질 만한데 아직도 어색해요. 친한 사람들이 모니터해주면서 정확히 어느 시점에서 귀여웠다고 하는데 그래요. 그리고 예쁘다는 얘기는 집에서도 못 들어요.(웃음) 귀엽게 봐줘서 감사해요.”

많은 배우가 역할에 따라 성격도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듯이 김유리 또한 태이령이라는 캐릭터를 만나면서 변화했다. ‘주군의 태양’이 방송이 거듭될수록 김유리의 모습은 한층 밝아져 있었다.
“이령이를 연기하면서 성격이 정말 많이 밝아졌어요. 태이령이 밝은 에너지를 가진 캐릭터이기 때문에 제 자신도 노력했어요. 처음에는 좀 힘들었죠. 이령이가 말이 많고 빠른데 평상시에도 말도 많이 하고 빨리 해보고 더 많이 웃었어요.”
김유리가 지금까지 맡았던 역할 중에 소중하지 않은 캐릭터가 없겠지만 ‘주군의 태양’의 태이령은 특히나 그에게 잊지 못할 캐릭터로 남았다. 자신의 새로운 매력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과 동시에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작품이었기 때문.
“드라마 마지막 촬영할 때 너무 아쉬웠어요. 작품을 여러 개 해서 그 서운함을 아는데도 엄청 서운하더라고요. 이령이한테 많이 빠져있었던 것 같아요. 이령이는 제가 처음 도전했던 새로운 역할이라 귀엽고 강우와 사랑하는 모습도 있고 그래서 그런지 너무 아쉽더라고요. 이령이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마지막 촬영하러 가기 전에 메이크업할 때 웃다가 울다가 했어요. 실제로 마지막 촬영은 레드카펫이 아니라 한강신이었는데 마음이 심란해지더라고요.”
김유리는 ‘주군의 태양’의 태이령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 시청자들은 앞으로 그가 또 어떤 매력을 보여줄지 기대하게 하는 배우가 됐다.
“또 다른 역할에 도전하고 싶어요. 이제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악역은 피하고 싶어요.(웃음) 제 소망은 어떤 옷을 입혀놔도 그 캐릭터가 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열심히 연기해야겠지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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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