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5] ‘미스터 제로’ 핸킨스, “불펜 조합이 좋았을 뿐”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10.29 16: 21

“내가 잘했다기보다 우리 팀의 불펜 조합이 좋기 때문에 그 좋은 활약에 보탬이 되는 것 뿐이다”.
시즌 중반 합류해 기복있는 투구로 아쉬움을 사던 외국인 투수는 계투로서 필승 카드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올 시즌 두산 베어스의 계투 ‘미스터 제로’ 데릭 핸킨스(30)가 자신의 맹활약에 겸손한 모습을 보이며 좋은 동료들과 함께하고 있다며 팀을 높였다.
지난 7월 좌완 개릿 올슨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한국 땅을 밟은 핸킨스는  페넌트레이스 12경기 3승3패 평균자책점 6.23에 그쳤다. 올슨보다는 나았으나 그래도 외국인 투수임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결국 핸킨스는 포스트시즌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지 못하고 계투진에서 경기를 준비하게 되었다.

이는 두산에는 신의 한 수가 되었고 선수 본인에게는 커다란 동기부여가 되었다. 한국 땅을 처음 밟았을 때는 당황한 모습과 스리쿼터형 팔 각도로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핸킨스는 포스트시즌 5경기 1승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0으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28일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서는 2⅔이닝 1피안타 무실점의 놀라운 호투를 선보이며 2점 차 근소한 리드를 지켜냈다. 덕분에 팀은 2-1 신승을 거뒀다.
29일 잠실구장서 5차전을 앞두고 만난 핸킨스는 “선발로 내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 것을 인정한다. 그래서 코칭스태프의 불펜 대기 지시에 납득을 했는데 좋은 조합 속에서 힘을 보태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라고 밝혔다.
“2010년 피츠버그 더블A 시절 우승을 경험했는데 그 때는 관중들이 많이 없었고 열기도 지금만큼 뜨겁지 않았다. 반면 지금은 선수단 분위기나 팬들의 응원 열기도 차원이 다르다. 선수로서 포스트시즌을 즐기기 훨씬 좋은 환경이다”.
이어 핸킨스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팔 각도가 낮은 편이라 컷 패스트볼의 위력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약간의 휴식 후 포스트시즌에 나섰기 때문인지 예전 좋았을 때의 감이 회복되었다”라고 답했다. 핸킨스는 두산이 수년 전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찾은 선수 중 한 명으로 그 때는 6~7회 투입되어 1이닝 가량을 던지는 계투로 출장했다.
“스피드는 그 당시가 더욱 빨랐다. 그러나 그 때 내 불펜으로서 쓰임새와 현재 보직이 유사하기 때문인지 투구감이나 팀에 대한 책임감은 그 때와 같다고 본다. 전혀 이질감이 없다”.
페넌트레이스서 삼성과 맞대결한 적은 없는 핸킨스는 “비디오 분석 등을 통해 삼성 타자들의 스타일을 뇌리에 최대한 넣고 투구 시 활용하고자 했다. 구단 전력분석이 워낙 좋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라며 웃은 뒤 현재 가을야구 미스터 제로로서 활약에 대해 “내가 잘했다기보다 좋은 선수들로 구축된 불펜의 조합이 좋기 때문에 그 덕을 보는 것 뿐이다”라고 겸손하게 밝혔다. 페넌트레이스서의 활약은 아쉬웠지만 포스트시즌 맹활약과 마음가짐만큼은 최고 외국인 투수로 놓아도 충분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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