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한국농구를 10년 이상 괴롭힐 괴물센터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일본여자농구의 기둥 도카시키 라무(22, 192cm, JX에네오스)다.
한국여자농구대표팀은 29일 밤 10시(이하 한국시간) 태국 방콕 유스센터에서 열린 제25회 아시아농구연맹(FIBA)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 조별리그 3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일본에 71-78로 역전패했다. 예선전적 2승 1패가 된 한국은 3연승의 일본에게 조1위를 내주게 됐다. 또 한국은 지난해 7월 터키 앙카라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최종예선전에서 일본에 당했던 28점차 패배의 치욕을 갚지 못했다.
예전의 일본농구가 아니었다. 한국은 제공권과 체력에서 일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리바운드에서 한국은 14-24로 절대열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라무 한 명에게 27점, 10리바운드를 허용했다. 라무는 4쿼터 막판 2점을 뒤진 상황에서 신정자의 파울로 얻은 자유투 2구를 모두 넣는 강심장을 보였다. 그는 연장전 연속 골밑슛을 넣어 한국을 침몰시켰다.

라무는 지난 4월 용인에서 개최된 우리은행 2013 아시아 W-챔피언십에 일본대표 JX에네오스의 선수로 참여했다. 당시 그녀는 “부상으로 최근 일본대표팀에서 거의 못 뛰었다. 아직 한국과 해본 적이 없지만 조만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바 있다. 라무는 한국과의 첫 경기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위협적인 존재로 급부상했다. 이제 22살에 불과한 그녀는 향후 10년 이상 한국농구를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2m의 최장신 하은주, 184cm의 정선화가 부상으로 빠져 골밑이 두텁지 못했다. WKBL MVP 신정자의 활약은 독보적이다. 하지만 33살인 그녀가 연장전까지 45분 풀타임을 모두 소화하기는 무리였다. 양지희마저 일찌감치 4파울에 걸려 신정자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중국전 결승슛의 주인공 곽주영과 강영숙은 5분 정도 출전에 그쳤다. 최소한 라무의 쉬는 시간에 여러 선수를 투입해 신정자의 체력부담을 일찌감치 덜어주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의 주전선수 이미선(34), 변연하(33), 신정자(33), 임영희(33)는 이미 30줄을 훌쩍 넘긴 노장들이다. 하지만 김단비, 최윤아 등의 부상으로 출장시간을 덜어줄 선수가 부족한 형편이다. 결국 노장들은 최소 31분 이상을 뛸 수밖에 없었다. 하루에 한 경기 꼴로 치르는 강행군도 이들의 체력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결국 불안요소는 결정적인 4쿼터 막판과 연장전에 박스아웃과 자유투 실패가 쏟아지는 최악의 결과로 나타났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남은 예선경기서 카자흐스탄과 대만을 잡더라도 조1위가 어려워졌다. 준결승에서 중국, 결승에서 일본을 다시 만나는 최악의 대진표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 대 중국의 예선 마지막 경기결과에 따라 한국의 준결승 상대가 정해질 전망이다. 6년 만의 아시아선수권 정상탈환을 노리는 여자농구대표팀의 앞길이 가시밭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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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카시키 라무 / W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