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지만과 오승환에게 미안했다".
침묵했던 사자 타선이 살아났다. 방망이가 벼랑 끝 위기에 몰렸던 삼성을 구했다. 삼성은 대구구장으로 시리즈를 넘겼다.
삼성은 지난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 두산과의 경기에서 박한이의 2타점 결승 적시타를 앞세워 두산을 7-5로 이겼다. 시리즈 내내 잠들었던 타선이 깨어났다. 삼성은 시리즈 전적 2승 3패로 한숨을 돌렸다.
박한이는 5-5로 팽팽했던 8회 1사 2,3루에서 두산 4번째 투수 정재훈의 4구째 126km 포크볼을 잡아 당겨 2타점 우익수 앞 결승 적시타를 터뜨렸다. 이날 삼성은 11안타를 때려 7득점했다. 모처럼 방망이가 살아났다. 채태인과 최형우도 홈런을 가동해 중심 타선도 제 몫을 했다.
삼성은 앞선 4차전까지 4경기에서 7점을 짜냈다. 경기 당 평균 1.75점. 이기기 어려웠다. 극심한 타격 부진에 대해 류중일 삼성 감독도 지난 28일 경기 직후 “선수들이 3주 동안 준비 잘했는데 타자들이 나쁜 공에 배트가 많이 나갔다”고 답답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은 한국시리즈 5경기 만에 타선이 터졌다. 이날 한 경기에서만 7점을 뽑았다. 상대 실책은 없었고 오직 삼성의 방망이로만 득점에 성공했다. 1회 2사후 5타자 연속 안타로 두산을 압박했다.
경기 직후 이날 최우수 선수(MVP)에 선정된 박한이는 “안지만과 오승환에게 미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타선이 부진해서 투수 쪽 선수들에게 미안함 마음이 있었다”며 “어떻게든 살아나가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삼성은 선발 윤성환이 조기 강판해 필승조 가운데 한 명인 안지만이 3회부터 등판했다. 안지만은 첫 타자 양의지를 몸에 맞혔지만 손시헌을 투수 앞 병살타로 요리했다. 안지만은 45개의 공을 던졌다. 최준석에게 내준 홈런이 유일한 피안타. 3⅔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오승환은 ‘끝판왕’ 모습 그대로였다.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부를 끝냈다. 투구수는 23개였다. 오승환은 시리즈 2차전에서 4이닝 1피홈런 8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했고 시리즈 3차전에도 나와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팀 승리를 지켰다.
삼성 타선은 4차전까지 매 경기 2점 뽑기가 힘들정도로 무뎠지만 투수들은 제 몫을 해줬다. 특히 안지만과 오승환을 포함해 차우찬 등 불펜 투수들이 윤성환과 배영수가 부진한 가운데서도 마운드를 지켰다. 5차전 타격이 살아난 삼성은 대구구장에서 기대를 할 수 있게 됐다.
류중일 삼성 감독도 5차전 경기 직후 "드디어 타선이 터졌다"고 말하며 이날 활발한 타격을 했던 삼성 타선에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드디어 터진 타선. 박한이는 타격 부진 속에서도 그동안 묵묵히 마운드를 지켜줬던 오승환과 안지만에게 미안함 마음을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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