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31, 삼성)은 오승환이었다. 긴장감이 넘치는 한국시리즈에서도 명불허전의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가슴 한켠에 해외 진출이라는 원대한 꿈을 품고 있는 오승환이 우승과 함께 편한 마음으로 해외 진출을 타진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정규시즌 우승팀 자격으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삼성은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다. 4차전까지 1승3패로 밀렸다. 5차전에서 가까스로 승리하며 시리즈를 대구까지 몰고 가는 데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전세는 불리하다. 당장 마운드 운영이 꼬였다. 4차전에서는 ‘+1’의 핵심인 차우찬이 6⅓이닝 동안 100개의 공을 던지며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고 5차전에서는 6차전 선발로 예상했던 릭 밴덴헐크까지 동원하는 강수를 썼다. 6차전 선발도 미지수다.
이런 상황에서도 위안이 되는 부분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오승환의 건재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20일 가량 충분한 휴식을 취한 오승환은 싱싱한 구위를 자랑하며 두산 타선을 꽁꽁 묶고 있다. 2차전에서는 4이닝 동안 53개의 공을 던지기도 했고 3차전과 5차전에서는 1이닝을 막아내며 팀의 승리를 지켰다. 오승환의 강속구에 두산 타자들은 배트가 밀리는 경향이 역력하다. 3경기에서 6이닝을 던지는 동안 피안타는 단 2개뿐이다.

오승환으로서는 올해 한국시리즈가 좀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수도 있다. 예년에 비해 더 큰 투지를 불태우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오승환은 올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그리고 해외 진출을 노린다. 해외 이적은 소속팀 삼성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분위기상 오승환을 잡아놓지는 못할 전망이다. 해외 진출에 실패하는 특이 사항이 없는 이상 당분간은 삼성 유니폼을 입는 마지막 무대가 될 수도 있다.
삼성에 대한 애착을 여러 번 밝혀 온 오승환이다. 패배를 모르는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그런 오승환으로서는 한국시리즈 3연패와 함께 팀을 떠나야 좀 더 마음 편하게 해외로 나갈 수 있다. 구단에도, 선수에게도 최상의 시나리오다.
구위는 좋다. 5차전에서도 150㎞를 상회하는 묵직한 직구를 던진 오승환이다. 연이은 등판에도 불구하고 컨디션은 충분히 좋아 보인다는 것이 야구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오승환도 매 경기 대기할 수 있다며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삼성의 남은 과제는 오승환이 세이브 상황에서 오를 수 있도록 그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삼성과 오승환이 대구에서 열릴 남은 시리즈에서 짜릿한 역전극을 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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