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처음 나갈 때, 아무 것도 모르고 나갈 때 더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심석희(16, 세화여고)는 수줍은 듯 하면서도 담담했다. 어린 나이에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심석희에게 부담감에 대해 묻자 그는 "원래 아무 것도 모를 때 더 잘한다고 하더라"며 애어른같은 표정을 지었다.
대한체육회는 오는 2014년 2월 7일부터 23일까지 러시아 소치에서 개최되는 소치동계올림픽을 앞두고 30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2014 소치동계올림픽대회 D-100일 국가대표 임원·선수 미디어데이'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빙상 3종목 선수단과 임원들이 참석해 소치동계올림픽 D-100을 앞둔 소감과 각오를 전했다. 기자회견에는 종목별로 이상화, 이승훈, 모태범(스피드스케이팅) 심석희, 김아랑, 박승희, 박세영, 노진규, 신다운(쇼트트랙) 김연아(피겨스케이팅)가 대표선수로 참석했다.
이전까지 동계올림픽은 쇼트트랙에 대한 의존도가 컸다. 금메달을 따야 본전, 못따면 비난에 직면하는 것이 한국 쇼트트랙이 마주한 높은 벽이었다.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의 활약으로 동계올림픽 참가 이후 최고 성적을 기록한 지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에도 쇼트트랙에 대한 기대의 시선은 여전했다.
여자 대표팀을 이끄는 최종복 감독도 "어느 종목이든 메달을 많이 따면 좋다. 쇼트트랙은 항상 많이 따와서 그렇지, 못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한 만큼만 받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할 정도다. 사실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은 부담감이 한층 크다. 밴쿠버대회 당시 여자 쇼트트랙은 부진의 늪에 빠졌다. 세대교체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심석희와 김아랑 등 어린 선수들이 대거 합류하며 본격적으로 '새 판'을 짰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심석희는 지난 시즌 시니어 데뷔 이후 정상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특히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지난 1차대회 당시 1500m와 1000m, 3000m 계주를 모두 석권하며 대회 3관왕에 올라 소치행 청신호를 밝혔다.
에이스로 거듭난 심석희는 "올림픽은 처음 나갈 때, 아무 것도 모르고 나갈 때 더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생각으로 부담감을 줄이고 임할 생각이다"라며 처음으로 경험하는 올림픽 대회에 대한 긴장감을 즐겼다. 밴쿠버대회 당시 막내로서 여자 3000m 계주 실격의 아픔을 경험한 박승희도 "그 나이 때만 가능한 것들이 있다. 경험이 쌓이면 더 좋아질 것"이라며 막내 에이스에게 격려를 북돋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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