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소이현은 여배우 답지 않은 성격을 지녔다. 스스로를 "남자 답다"고 표현하는 그에게서는 여느 여배우들과 같은 까탈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예로 영화 '톱스타' 개봉 전 감독으로 데뷔한 박중훈을 비롯해 엄태웅, 김민준 등의 남자들이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언론배급시사회에 등장한 것과는 달리 소이현은 다소 담담하게 취재진을 대했다. "남자로 태어났으면 큰 일 하셨겠다"는 기자의 장난스런 농담에 소탈하게 웃어보이는 이도 소이현이었다.
실제로 만나 본 소이현은 이처럼 털털한 웃음을 짓는 여배우였지만 '톱스타' 속 소이현은 도도하고 섹시한 여자였다. 영화의 홍일점이기도 한 그는 박중훈 감독의 특별한 관심 아래 반짝반짝 빛나는 미나가 돼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박중훈은 "소이현은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더 크게 만들어낼 수 있는 배우"라 극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언급하자 그는 손사래를 치며 "몸둘 바를 모르겠다. 딱히 밥을 사드린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감독님이 정말 예쁘게 봐주셨어요. 감독님 의도가 '여배우는 무조건 예뻐야 한다'는 거라시더라고요. 그래야 극 중 남자들도 저를 두고 싸울 수 있고(웃음). 저 나올 땐 앵글도, 조명도 신경 써 주셨어요."

영화 초반, 소이현은 수영복 차림으로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치 화보의 한 장면 처럼 촬영된 이 장면은 앞으로 극 중 미나가 보여줄 캐릭터를 집약한 것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그는 도도하지만 자신의 남자에 대한 의리가 있고, 지적이며 아름다운 여자다.
"원래 콘티엔 수영하는 게 없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수영을 하자고 하셔서 스케줄 중간중간 한 시간씩 연습햇죠. 수영복 입으려고 다이어트 한 건 없고요. 그냥 삼시세끼 밥 잘 챙겨먹고 군것질 안하고. 그냥 감독님이 예쁘게 찍어주신 거라고 생각해요."
이처럼 소이현은 영화의 홍일점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강한 캐릭터의 남자 배우들이 둘이나 등장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소이현의 매력이 드러난다. 이는 영화 속 캐릭터의 매력과 소이현이라는 배우가 가진 외모의 매력이 더해진 결과다.

"홍일점이요? 그것 때문에 영화 한 건데요(웃음). 정말 좋은 배우들과 일한 것 같아 좋았어요. (엄)태웅 오빠랑은 원래 알고 지냈는데, 이번에 감독님을 처음 알게 돼서 더 좋았죠. 감독님을 제 멘토로 삼고 있어요. 감독님은 이번에 처음 뵀지만 워낙에 으쌰으쌰하는 성격이세요. 현장이 정말 재밌었어요. 짜증날 때도 많으실 텐데 촬영하는 석달간 단 한 번도 화를 내신 적이 없죠."
'톱스타'는 박중훈의 감독 데뷔작으로도 화제를 모은 작품. 배우로서 배우 출신 감독의 첫 영화에 도전한다는 것은 다소 위험부담을 안고 있는 행보이기도 하다. 관심과 편견이 공존하는 작품이 될 수밖에 없기 떄문이다. 박중훈 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캐스팅 과정의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소이현은 긍정적인 마인드로 "박중훈에게서 엑기스를 뽑아먹고 싶었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사실 편견이라기보다는 부담이었죠. 그 분이 연출을 잘 할까, 못 할까를 생각하기 전에 그 큰 배우 앞에서 어떻게 연기를 하냐하는 부끄러움일까요. 오디션 보는 것 같고,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잖아요. 그걸 다 이겨내고 작품을 택한 이유는 궁금해서였죠. 박중훈 선배님이 만드는 영화가 궁금했어요. 그리고 뭐, 배우면 되는 것 아니겠어요(웃음)? 엑기스를 다 뽑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심지어 돈도 주는데(웃음). 하고 나니 정말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단도직입적으로 감독으로서의 박중훈에 대해 물었다. 소이현에게 있어 박중훈은 훌륭한 감독임이 분명했다. 그는 박중훈이 배우가 카메라 앞에서 얼마나 외로운지 아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배우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그 감정을 알고 있는 감독은 연출자 그 이상이었다.
"이게 첫 작품이긴 하지만 영화를 28년 동안 하신 분이잖아요. 이미 초등학생이 대학교 과정을 다 떼고 대학교에 온 느낌이었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시사회를 가졌는데, 깜짝 놀랐어요. 기대 이상이었거든요. '저 안에 칼이 하나 있구나. 칼을 갈고 계셨구나' 생각했어요. 영화는 사실 빤하거든요. 근데 그 빤한 이야기를 그리는 감정선이 재밌는 거예요. 박중훈 감독님의 세심한 연출이 돋보이는 부분이죠."
소이현은 박중훈에 대해 "지금껏 일해본 감독님들 중 베스트 3안에 든다"고 극찬했다. 그렇게 말하는 소이현에게서는 선배 배우이자 이제는 연출자가 된 박중훈에 대한 존경심이 묻어났다.
"물론 연출을 전문적으로 하는 감독님 같지는 않죠. 그래도 배우들을 뼛속까지 알고 계신 분이잖아요. '톱스타'는 감독님이기에 가능한 영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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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