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자랑스러운 일도 아닌데 쑥스럽다."
포항은 30일 오후 포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3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4라운드 홈경기서 인천에 짜릿한 2-1 역전승을 거뒀다. 후반 1분 문상윤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후반 15분 고무열의 만회골, 후반 42분 신영준의 천금 결승골에 힘입어 극적인 드라마를 써냈다. 포항은 6경기 만에 귀중한 승리를 거두며 선두 추격에 재차 시동을 걸었다.
주인공은 포항의 날쌘돌이 측면 공격수 신영준(24)이었다. 여러 모로 의미있는 날이었다. 그는 지난 19일 전북 현대와 FA컵 결승전이 끝난 뒤 황선홍 감독의 배려 덕에 고향 부산으로 휴가를 떠났다. 친구들과 만난 뒤 20일 새벽 귀가하던 신영준은 한 남성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던 여성의 비명 소리를 듣고 추격 끝에 범인을 검거했다. 범인은 휴가를 나온 현역 군인으로 알려졌고, 해당 사건은 군 검찰로 송치됐다.

신영준은 이날만 세 가지 상을 받았다.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사회정의를 구현해 타의 모범이 되고 K리그의 위상과 명예를 드높였다"는 이유로 '선행상'을 수상했다. 구단으로부터 상패도 받았다. 한 가지 상이 더 주어졌다. 부산진 경찰서에서 '용감한 시민상'을 줬다. 일종의 훈장이었다. 상금도 받게 된다. 이 상금의 일부를 좋은 곳에 쓰기로 한 신영준은 "별로 자랑스러운 일도 아닌데 쑥스럽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날 수훈 선수로 인터뷰실을 찾은 신영준은 "이번 승리를 통해 경쟁력 있게 순위 싸움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아 굉장히 기쁘다"며 "내가 잘해서 결승골을 넣었다기보다는 동료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뛰어줘서 찬스가 왔다. 팀의 일원으로서 보탬이 된 것 같다"고 겸손의 미덕을 보였다.
신영준은 이번 사건으로 전국구 스타가 됐다. SBS 모닝와이드에도 출연해 숨겨둔 입심을 과시했다. 신영준은 "말을 잘한다기보다는 당시 상황에 내가 보고 느낀 것을 그대로 말하면 될 것 같아 그렇게 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자칫 구설수에 오를 경우 피해를 볼 수도 있었지만 사건 당시 신영준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사건에 휘말리는 건 웬만하면 피하는 성격인데 그 여성이 도와달라고 말했다. 내가 회피를 하면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는 신영준은 "양심에 찔려 회피할 수 없었다"고 아찔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올 시즌 바람과 축구 선수로서의 궁극적인 목표도 밝혔다. "포항의 리그 우승에 도움이 되고 싶다. 개인적인 목표는 5골이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신영준은 "은퇴할 때까지 후배들이나 동료들이 봤을 때 꾸준한 선수, 변함이 없는 선수,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음만 예쁜 것이 아니라 축구 실력도 쑥쑥 자라나고 있는 신영준. 그의 발에 포항의 미래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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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프로축구연맹 부총재-신영준 / 포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