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톱스타'는 제목 그대로 톱스타에 관한 이야기다. 배우지망생이자 매니저 태식(엄태웅 분)이 스타가 되고 다시 추락하는 과정을 그린다. 그렇기에 사실 태식을 연기하는 엄태웅의 어깨는 무겁다. 원준(김민준 분)이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하고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엄태웅에게 더 무거운 비중이 실린다. 더군다나 배우 박중훈의 감독 데뷔작이라니, 아무리 '엄포스'라는 별명을 지닌 연기라면 큰 소리 칠만한 배우 엄태웅이지만 겁이 날 만도 하다.
실제로 엄태웅은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동안 많은 작품에서 연기를 해 왔지만 이번 '톱스타'는 조금 특별한 작품이다. 호기심에서 시작해 '톱스타'에 출연하게 됐다는 엄태웅은 마치 본인이 감독이 된 것처럼 '톱스타'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었다.
"박중훈 감독님이 영화를 한다고 하셔서 시나리오를 읽었어요. 시나리오가 재밌었거든요. 그래서 호기심이 생겼죠. 박중훈 선배님이 사실 개인적으로 어떤 분인지를 모를 때였는데, 만나서 작품 이야기를 하다 보니 굉장히 믿음이 가시는 분이었어요. 지나고 생각해보니 호기심이었죠. 박중훈에 대한 호기심이요. 하지만 걱정이었어요. 그렇게 배우를 잘 아는 분 앞에서 연기를 하는 게 좀 그런 느낌이었죠."

영화 속에서 태식으로 분한 엄태웅은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제일 낮은 서열의 매니저부터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스타까지, 롤러코스터를 탄 것과 마찬가지다. 이야기의 전개대로 촬영하지 않는 영화의 특성상 이 같은 롤러코스터 전개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으리라. 그는 갑자기 달라지는 게 아니라 서서히 추악해진다. 엄태웅은 이러한 태식의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해냈다.

"첫 날 찍은 장면이 사뭇 심각한 장면이었어요. 감독님이 '감정이 안 맞으면 다시 찍으면 되니까 해 보자'고 하셨죠. 굉장히 센 감정으로 대사를 해야 했어요. 사실 결국 재촬영을 하긴 했죠. 그 중간에 대사를 더 넣어서 개연성을 더 주려고요. 이런 것들이 굉장히 부담스러웠는데, 감독님 덕분에 부담감을 버리게 됐어요. 배우라서 아는 거예요. 암만 감독님이라도 배우 당사자 마음은 모르잖아요? 어떤 감독님은 카메오로 연기를 하고 오더니 배우 맘을 알겠다고 하시던 분도 있었죠. 중훈 형은 그걸 정말 잘 아시니까 배우로서 편했어요."
박중훈에 대한 칭찬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는 박중훈이 현장에서 큰소리 한 번 내지 않은 감독이라 설명했다. 돈과 시간과 사람과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영화 촬영 현장에서 어찌 그럴 수 있었을까.
"전혀 큰소리 안 내세요. 굳이 말하자면 한 번 있엇는데, '해 주면 안 되겠니?'정도로 말씀하시더라고요. 아쉬운 이야기를 해야하는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지만 준비를 굉장히 많이 하셨어요. 그 상황에서, 그 예산에서 그렇게 만들어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톱스타'는 비극적이고 진지한 영화이기는 하지만 그 속에 웃음 코드도 충분히 숨어있어 상업 영화로서 손색없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 웃음 코드에는 배우 김수로라는 의외의 인물이 있다. 김수로는 그야말로 '깨알 같은'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내며 관객들을 웃게 한다.

"사실 수로 형님이 처음 캐스팅은 아니었어요. 그 전에 다른 분이 있었는데 다치셔서 수로 형님이 갑작스럽게 하시게 됐어요. 영화가 시작된 상태에서의 캐스팅이 굉장히 힘들었을 텐데 흔쾌히 해주신다고 하셔서 정말 감사했죠. 결과적으로 수로 형님이 안 해주셨으면 안되는 캐릭터가 나왔어요. 수로 형은 쉬는 시간에도 다 모아놓고 이야기를 하시거든요. 진짜 웃겨요(웃음).
영화를 향한 반응은 두가지다. 빤하다. 또는 충격적이다. 박중훈 감독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 그만큼 산 증인의 리얼한 연예가 이야기가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영화는 리얼해요. 실제 있었던 이야기고, 이 바닥의 이야기잖아요. 어떤 분들은 새로울 게 없는 소재라고 하는데, 이게 이 곳의 이야긴데요, 뭘."
엄태웅은 결혼 후 첫 작품으로 '톱스타'를 택했다. 행복한 신혼 생활과 불행한 태식의 삶을 동시에 사는 것. 배우이기에 해야만하고 엄태웅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결혼하고 행복한 기분에서 영화를 해야 하잖아요. 뇌를 수세미로 닦는 기분으로(웃음). 와이프에게 많이 미안하죠.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것도 그런데, 어쨌든 그 감정을 계속 유지하고 있어야 했으니까요. 굉장히 미안했어요. 남편 엄태웅은 아직 많이 부족해요. 굉장히 미숙한 남편이고, 아빠죠. 그래도 촬영하면서 기저귀 가는 게 재밌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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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