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남' 신영준, 상 받고 결승골 넣고 포항 구했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3.10.31 06: 59

난세에 영웅이 탄생했다. 포항의 날쌘돌이 측면 공격수 신영준(24)이 주인공이다.
신영준은 지난 6월 전남 드래곤즈에서 포항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전남에서 어려운 시절을 보냈던 그는 포항에서 기량을 꽃피우고 있다. "전남에 있을 때는 감독님이 원하는 전술을 이해 못했다. 포항에 와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싫어서 감독님의 전술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는 신영준은 "감독님도 믿음을 주셔서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하다 보니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잘 나가는 비결을 설명했다.
지난 30일은 신영준의 날이었다. 포항은 이날 홈구장인 포항종합운동장에서 인천에 짜릿한 2-1 역전승을 거뒀다. 후반 42분 신영준의 천금 결승골에 힘입어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써냈다. 이날 승리로 포항은 6경기 만에 귀중한 승점 3점을 획득했다.

신영준에겐 잊지 못할 최고의 날이었다. 선행상 3개 수상에 상금을 받았고 결승골까지 넣었다. 그는 지난 19일 전북 현대와 FA컵 결승전이 끝난 뒤 황선홍 감독의 배려 덕에 고향 부산으로 휴가까지 떠났다. 친구들과 만난 뒤 20일 새벽 귀가하던 신영준은 한 남성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던 여성의 비명 소리를 듣고 추격 끝에 범인을 검거했다. 범인은 휴가를 나온 현역 군인으로 알려졌고, 해당 사건은 군 검찰로 송치됐다.
덕분에 상복이 터졌다.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선행상'을 수상했다. 구단으로부터 상패도 받았다. 한 가지 상이 더 주어졌다. 부산진 경찰서에서 용감한 시민상을 줬다. 일종의 훈장이었다. 상금도 받게 된다. 이 상금의 일부를 좋은 곳에 쓰기로 한 신영준은 "별로 자랑스러운 일도 아닌데 쑥스럽다"며 겸손의 미덕을 보였다.
대미는 결승골이었다. 1-1로 팽팽하던 후반 42분 인천의 골네트를 흔들었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이명주의 패스를 받아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왼발로 감아찼다. 날카로운 궤적을 그린 공은 인천의 골문 구석에 꽂혔다. 6경기 만에 포항에 승점 3점을 안기는 귀중한 골이었다.
수훈 선수로 인터뷰실에 들어선 신영준의 표정은 밝았다. 아직은 앳된 모습이 역력했지만 그의 말 속에는 당참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솔직하고 담백했다. 꾸미거나 맘에 없는 말을 하지 않았다. 사건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떠올린 신영준은 "사건에 휘말리는 건 웬만하면 피하는 성격인데 그 여성이 도와달라고 말했다. 내가 회피를 하면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양심에 찔려 회피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포부도 당찼다. "포항의 리그 우승에 도움이 되고 싶다. 개인적인 목표는 5골이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신영준은 "은퇴할 때까지 후배들이나 동료들이 봤을 때 꾸준한 선수, 변함이 없는 선수,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고의 멘탈에 기량까지 갖춘 신영준이 포항과 함께 장밋빛 미래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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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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