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 192이닝 154탈삼진. 메이저리그 신인투수 류현진(26,LA 다저스)는 모두의 기대를 뛰어넘는 성적을 거두고 29일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9개월 전 미국으로 떠날 때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더 많은 분들이 나와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그의 바람대로 인천공항은 수많은 취재진과 팬들이 뒤섞여 북새통을 이뤘다.
뛰어난 성적을 거둔 류현진이지만 내년시즌 보완해야 할 과제도 있었다. 더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한 류현진이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입국 직후 "동부 원정 성적을 끌어 올리겠다. 1년을 해 봤으니 시차적응도 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또 다른 과제로 지적되는 것이 바로 커브다.
한국에서는 커브를 많이 던지지 않았던 류현진이지만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는 그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올 시즌 류현진은 전체 투구 가운데 9.5%를 커브로 선택했는데, 피안타율 3할7리로 모든 구종 가운데 가장 높았다. 피홈런도 2개였고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들어온 커브의 피안타율은 3할6푼6리(41타수 15안타)까지 올라갔다. 또한 실점기여를 보여주는 피치밸류도 모든 구질 가운데 유일하게 음수인 -6.0을 기록했다. 때문에 내년에는 류현진이 커브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스포티비 대니얼 김 해설위원은 "류현진의 커브가 올해 눈에 보이는 성적보다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커브의 피안타율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커브가 있었기 때문에 류현진의 바깥쪽 직구와 체인지업이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류현진은 주로 바깥쪽 승부를 하는데, (우)타자들로 하여금 몸쪽으로 떨어지는 공도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보통 류현진은 우타자 오른 발꿈치 쪽으로 커브를 던졌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타자들의 머릿속에 '몸쪽 공도 있다'는 걸 인지하게 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실 커브의 움직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류현진의 커브는 좌우변화 4.5인치, 상하변화 7.5인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클레이튼 커쇼(좌우변화 2.7인치, 상하변화 8.5인치)와 비교해도 그다지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물론 커쇼와 류현진이 구사하는 커브의 구위는 달랐겠지만 류현진의 커브는 최소한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만큼의 움직임은 보여줬다.
과제는 커브 기복을 줄이는 것이다. 대니얼 김 해설위원은 "류현진은 커브가 잘 들어가는 날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 커브가 이른바 '긁히는 날'에는 정말 위력적이었는데 커쇼 못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니컷 투수코치와 시즌 초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체인지업은 기술에 가깝고 커브는 감각에 가깝다. 그래서 커브는 안 들어가기 시작하면 바로잡기가 정말 힘들다'고 말하더라. 커쇼는 그 감각을 잘 유지해 기복없이 좋은 커브를 던지는 것이고, 류현진은 아직은 감각이 왔다 갔다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커브를 잘 던지지 않았던 류현진이었지만,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 충분히 통할 수준의 커브를 구사했다. 공인구와 마운드에 익숙해진 류현진이 내년 더욱 좋은 커브를 던진다면 더욱 위력적인 투수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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