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이승엽의 존재감, 방심 금물 두산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10.31 07: 13

5경기 1할5푼8리(19타수 3안타). 그러나 그는 결정적인 순간 언제나 자신의 존재감을 내뿜던 대표 국민타자다. 한국시리즈 전적 3승2패로 아직 앞서 있는 두산 베어스 투수진. 삼성 라이온즈의 모든 타자를 경계해야 하지만 두 경기가 남은 현재 단연 주의해야 할 타자는 바로 ‘라이언 킹’ 이승엽(37)이다.
4위로 포스트시즌을 시작해 한국시리즈까지 올라 디펜딩 챔프 삼성을 위협 중인 두산. 체력 소모도가 큰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 전적에서는 그들이 앞서 있고 삼성 킬러 더스틴 니퍼트, 좌완 유희관이 남은 경기서 연이어 선발 출격할 수 있다. 그만큼 기적적인 우승 가능성도 충분히 남아있다.
남은 것은 급격히 찾아올 수 있는 피로감과 스스로 맞서 싸우는 것과 상대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 않는 것이다. 특히 삼성은 5차전서 11개의 안타와 두 개의 홈런으로 7-5 승리를 거두며 막혔던 공격 활로를 풀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타선 해빙기가 끝난 만큼 6차전 선발 니퍼트를 비롯한 투수들의 제구력과 위기 시 집중력이 가장 필요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두산 투수진이 가장 경계해야 할 타자는 바로 이승엽. 이승엽은 이번 한국시리즈서 5경기 1할5푼8리로 아직 명성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2차전서는 연장 10회 두산 만루작전의 희생양이 되며 2루 땅볼에 그치고 말았다. 5차전서 좌중간 2루타를 때려내기는 했으나 아직 이승엽다운 호쾌한 배팅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이승엽은 프로 데뷔 이래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자신의 이름값을 높인, 말 그대로 스타다. 2002년 LG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서 이승엽은 동점 스리런으로 팀을 살렸다. 직전까지 20타수 2안타에 그쳤던 이승엽이었으나 이 홈런과 뒤를 이은 마해영의 결승 솔로포에 삼성은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뿐만 아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일본과의 4강전서는 3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다 8회 결승 투런으로 한국의 결승행을 이끌었다. 선수 본인은 홈런 후 제 몫을 하지 못해 미안했다며 눈물을 지었으나 이 한 방은 병역 미필의 후배들을 특례로 이끄는 합법적 병역 브로커포였다. 강렬한 홈런의 순간에는 언제나 이승엽이 있었다.
올 시즌 111경기 2할5푼3리 13홈런 69타점으로 제 명성을 걸맞는 성적을 남기지 못했고 아직 한국시리즈에서도 제 위력을 발산하지 못한 이승엽이지만 이 부분을 더욱 주의해야 한다. 두산 투수들도 이 점에 대해서는 항상 예의주시 중이다. 1차전, 5차전 선발이었던 노경은은 시리즈 전부터 “승엽 선배가 하위타선에 배치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절대 방심하면 안된다. 승엽 선배는 언제나 결정적일 때 한 방을 터뜨리던 국민 타자니까”라며 두산 투수들이 이승엽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아직 터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반대로 생각하면 터질 날이 가까워왔다는 것과 똑같은 말이다. 올 시즌 부진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이승엽은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아이콘 중 한 명이다. 경계심을 풀고 허투루 상대하는 것은 국민 타자에 대한 예우도 아니다. 두산 투수진이 이승엽을 반드시 경계하고 집중해 상대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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