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동안 경기 출장이 없었던 나다. 올해 내가 개인 성적으로 무엇을 내세우겠는가”.
팀을 위한 자신의 시즌 마지막 등판을 준비했고 또 투지를 불태웠다. 두산 베어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2)는 팀을 위한 자신의 한국시리즈 6차전 호투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11년 두산 유니폼을 입고 한국 땅을 밟은 이래 기량은 물론이고 팀 융화 면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 모범 외국인 선수 니퍼트는 올 시즌 19경기 12승4패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했다.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후반기 돌입과 함께 등 근육통 증세로 인해 두 달 가까이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던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트리플A 시절과 텍사스 시절 아메리칸리그 우승이 내 선수 생활 두 번의 우승 경력”이라고 밝힌 니퍼트는 “(데릭) 핸킨스와 나는 큰 부담감을 갖지 않고 야구를 즐기듯 피칭을 하고 싶다”라며 즐거움 속 호성적을 기대했다. 니퍼트는 지난 25일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서 6이닝 무실점 호투로 제 몫을 해냈고 핸킨스는 계투진에서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단 1승을 더하면 두산은 2001년 이후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쾌거를 맛 볼 수 있다. 그러나 상대는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강호. 1승 더 올리기는 했으나 원정에서 두 경기를 치르는 만큼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되는 6차전이다. 삼성을 상대로 페넌트레이스서 3승무패 평균자책점 1.89로 강세를 비춘 니퍼트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즐기겠다”라는 자세를 갖춘 니퍼트이지만 6차전 승리에 대해서는 “팀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한다”라며 의무라는 생각은 확실히 갖추고 있다. 자신이 부상으로 인해 던지지 못하던 두 달 간 채근하지 않고 속앓이를 하며 완벽해지기를 기다렸던 팀을 위해서다.
“내가 올해 올린 개인 성적으로 팀과 팬들에게 무엇을 바랄 처지가 아니다. 나는 부상으로 인해 두 달 동안 1군에 오르지 못했던 선수다. 그런 날 우리 팀이 두 달 동안 기다려줬다”. 부상 기간 동안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해 스스로 안타까워하던 니퍼트는 이제 자신이 팀을 위해 보답할 때임을 알고 있었다.
이유가 있다. 니퍼트가 워낙 그동안 야구 내외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도 물론이고 김진욱 감독도 니퍼트와 같은 증세로 고생했던 동병상련 때문이다. 니퍼트는 사실 우측 견갑골 석회화 증세를 한국에 오기 전부터 겪었던 선수다. 올해 두 달 간의 공백기도 그와 연관이 있었다.
그런데 김 감독도 현역 시절 허리 부상과 함께 이로 인해 고생하다 아쉽게 선수 생활을 접었다. 그래서 석회화 증세를 잘 알고 있는 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니퍼트가 완벽해지길 기다렸다. 자신을 두 달 동안 인내심 있게 기다려 준 팀. 그 고마움을 잘 알고 있는 니퍼트는 과연 6차전서 팀을 위한 보은투를 펼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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