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ACL 병행' 스플릿 제도 바라보는 최용수의 눈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3.10.31 06: 59

"아시아 최고의 팀 울산은 왜 잊혀져야 했나."
최용수 FC서울 감독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스플릿 제도의 유지 혹은 폐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최 감독은 30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34라운드 울산 현대와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현행 스플릿 제도에 대해 조심스러운 사견을 밝혔다.
이야기의 발단은 서울이 맞닥뜨린 빽빽한 일정 때문이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른 서울은 ACL과 리그 일정을 병행하면서 벅찬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서울은 당장 울산전을 마친 후 주말 수원과 슈퍼매치, 9일 광저우와 ACL 결승을 연달아 치러야한다.

스플릿 A그룹에 속해있는 서울은 ACL 티켓을 위해 4강 싸움에도 주력을 다해야한다. 상위 7개팀이 포진해있는 스플릿 A그룹은 '쉬어가기'도 만만치 않아 고민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 최 감독은 "ACL도 고려해야 하는데 스플릿이다보니 항상 강팀과 경기를 하게 된다"며 운을 뗐다.
"울산도 아시아 최고의 팀 아닌가. ACL을 제패한 아시아 강자인데 정작 올해 ACL에 나서지 못했다. 아시아 모든 축구팬들이 '울산은 어디갔지?'하고 생각할테고, 그러다보면 잊혀지게 된다"고 꼬집은 최 감독은 "스플릿 제도가 아니었다면 강약을 조절해가며 리그를 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ACL 우승팀에 대한 자동진출권이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ACL과 리그를 병행하면서 어느 한 쪽에도 소홀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 AFC는 2009년부터 ACL 우승팀의 자동진출권 규정을 폐지했다. 때문에 성남(2010년) 알 사드(2011년) 울산(2012년) 모두 우승 다음 해 ACL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AFC의 배려가 없는 상황에서 스플릿 제도까지 겹치며 ACL에 진출하는 상위권 팀들은 더 어려운 환경에 처했다. 리그 일정과 ACL,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쫓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 해 울산이 '선택과 집중'으로 ACL에 '올인'했듯, 올해의 서울도 그런 기로에 서있다.
결국 최 감독이 토로한 아쉬움은 '선택과 집중'이 하나의 방안이 아니라 최대의 대안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이다. 최 감독은 "어떤 것이 K리그의 경쟁력, 가치를 위해 더 큰 것인지 잘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감독의 고민을 선경험한 김호곤 감독도 "아시아에서 두 개(리그, ACL)를 병행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리그 경기 수가 적은 것도 아니고, 일정 문제가 있기 때문에 '올인'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날 서울은 결국 울산에 0-1로 패하며 리그 4경기 연속 무승(1무 3패)의 부진을 이어갔다. 경기 후 최 감독은 "ACL 8강, 준결승, 결승까지 지나는 과정이 상당히 부담스럽고 또 힘들지 않았나 싶다"며 "보이지 않는 부담감이 있다"고 씁쓸한 심경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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