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왕이 돼라!"
김호곤 울산 감독은 선수들에게 개인적인 욕심을 내지 말라고 강조하는 편이다. 조직력을 기반으로 하나가 된 팀이 좋은 성적을 낸다는 김 감독의 믿음 속에서 '튀고 싶어하는' 선수는 불요(不要)하다.

하지만 그런 김 감독이 개인 타이틀을 권장한 선수가 있다. 김 감독은 30일 서울전을 앞두고 그라운드에 나서려는 김신욱(25)을 붙잡고 "욕심을 내라. 기회가 오면 슈팅을 때려라. 득점왕이 돼라"고 주문했다. 좀처럼 없는 일이다.
제자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묻어나는 주문이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내가 봐도 요새 볼 컨트롤 등에서 안정감이 생겼다. 훈련 끝나고도 이용과 함께 연습을 하더라. 집중력있게 노력하는 선수에게는 당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의 무한신뢰에 김신욱은 흥이 올랐다. 지난 두 경기서 연달아 득점포를 가동한 김신욱은 이날도 팀의 선제골이자 결승골, 동시에 자신의 리그 18호골을 터뜨리며 1-0 승리를 이끌었다. 산토스(제주, 17골)를 밀어내고 어느덧 득점 단독 선두다.
김신욱은 "감독님의 원래 철학은 선수들이 개인적인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오늘 경기 전에 득점왕 하라고, 슈팅 욕심을 내라고 하시더라. 감독님의 신뢰에 감사드린다"며 자신을 믿고 북돋워준 김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그 말대로였다. 김 감독은 "신욱이가 올해는 득점왕을 했으면 한다. 오늘도 나갈 때 가능한 욕심을 내라고 주문했다"며 "신욱이가 득점을 해서 기쁘다"고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김신욱의 꺾이지 않는 상승세 뒤에는 김 감독의 이런 신뢰가 깔려있다.
개인 성적을 중요시하지 않는 김 감독이 "득점왕이 돼라"는 특명을 내릴 정도로 믿고 있는 선수가 김신욱이다. 김 감독은 김신욱이 국가대표팀에서 낙마했을 때도 "브라질, 마지막에 비행기 타는 놈이 장땡 아니냐"며 아낌없는 위로의 말을 전했다. "신욱이는 자기만의 장점이 있는 선수다. 23명 엔트리에 들어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김 감독의 말에서는 김신욱에 대한 깊은 신뢰가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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