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의 깨진 불문율, 트레이드 모범사례 남겼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3.10.31 07: 15

23년 불문율을 깨뜨린 트레이드가 최고의 모범사례로 남게 됐다.
삼성과 LG는 2012년 12월 14일 처음으로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삼성은 LG에 포수 현재윤·내야수 손주인·우투수 김효남을, LG는 삼성에 내야수 김태완과 정병곤·우투수 노진용을 보냈다. 당시 이들이 양 팀 전력의 중심은 아니었다. 하지만 전통적 재계 라이벌인 모그룹간의 관계를 생각하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트레이드만큼이나 현장에 부담을 주는 일도 없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가 맹활약을 펼치면 ‘신의 한수’로 평가받겠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혹독한 비난에 시달리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삼성과 LG는 협상 테이블 자체를 만들지 않아왔다. 트레이드에 실패할 경우, 주위서 유난히 더 무거운 비난을 받을 게 뻔했다.

그러나 마침내 삼성과 LG가 트레이드에 합의했고, 약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당시 트레이드는 두 팀 모두에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거래가 됐다.
먼저 이득을 본 쪽은 LG였다. 사실 이 트레이드가 발표됐을 때 주인공은 베테랑 포수 현재윤이었다. 2011년 겨울 긴 시간 동안 LG 주전포수였던 조인성이 FA로 자격을 얻고 SK와 계약했고, LG는 2012시즌 내내 포수난에 시달렸다. 때문에 LG에 있어 현재윤 영입은 천금과도 같았다.
실제로 현재윤은 포수진 뿐이 아닌 LG 팀 전체에 경험을 더해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안정화를 이끌었다. 부상으로 인해 올 시즌 53경기 출장에 그쳤지만, 현재윤이 전지훈련부터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면서 주전포수 윤요섭의 기량 향상도 이뤄질 수 있었다. 이렇게 LG는 모두가 우려했던 조인성의 빈자리를 트레이드를 통해 메웠다.
손주인 또한 올 시즌 LG의 약진에 커다란 공헌을 했다. 삼성 시절 수비에만 재능이 있는 멀티내야수란 딱지를 LG서 완전히 제거했다. 캠프 내내 굵은 땀을 흘렸고, 결국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찼다. 안정된 수비와 강한 어깨로 LG 내야진의 수준을 최하위권에서 정상권으로 올려놓았다. 타석에서도 빼어난 작전수행 능력을 내세워 타순을 가리지 않고 감초 역할을 했다. 이렇게 LG는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 강화에 성공, 페넌트레이스 2위로 10년 동안 염원했던 가을잔치 티켓을 얻었다. 
삼성은 가장 중요한 한국시리즈 무대서 트레이드 효과를 누리고 있다. 조동찬과 김상수의 부상으로 인한 포스트시즌 결장은 3연패를 노리는 삼성에 있어 치명타 그 자체였지만, 트레이드로 영입한 김태완과 정병곤이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 이들이 없었다면 삼성의 한국시리즈는 지금 시점에서 이미 종료됐을지도 모른다.
기량에 비해 잦은 부상으로 빛을 보지 못했던 김태완은 한국시리즈서 2번 혹은 6번 타순에 주로 배치, 삼성 공격의 키맨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시리즈 타율 2할6푼3리(19타수 5안타)를 기록하고 있으며 2루 수비서도 실책 없이 자신의 역할을 소화 중이다. LG 시절 두산을 상대로 맹활약했던 것을 생각하면, 언제든지 결정적 한 방을 날릴 수 있다.
정병곤도 삼성서 빛을 찾았다. 당초 수비에만 강점이 있는 선수로 평가받았으나, 올 시즌 첫 안타가 끝내기 안타가 되면서 타석에서도 기대치를 올렸다. 현재 정병곤은 한국시리즈 무대서 에러 없이 탄탄한 수비력을 자랑하고 있고, 5차전에선 천금의 페이크 앤드 슬래시를 성공시켜 결승점에 발판을 놓았다.
물론 트레이드의 성패를 논하기엔 다소 이른 시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결과만 봐도 두 팀은 이미 많은 것을 얻었다. 트레이드 당시만 해도 백업 선수였던 이들이 지금은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23년 만에 깨뜨린 불문율에 삼성과 LG 모두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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