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1할5푼8리(19타수 3안타) 1득점.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의 한국시리즈 5경기 성적이다.
류중일 감독은 두산과의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이승엽의 활약이 관건"이라고 했다. 3번 박석민, 4번 최형우, 5번 채태인, 6번 이승엽으로 타선을 구성해 장타력의 극대화를 꾀하는 게 류 감독의 복안. 그리고 류 감독은 이승엽이 이른바 '폭탄 타순'에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줄 것이라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성적만 놓고 보면 기대 이하에 가깝다. 두산 투수들의 집요한 몸쪽 승부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찬스마다 힘없이 물러나며 아쉬움을 자아냈다. 그러다 보니 '예전의 이승엽이 아니다', '선발 명단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는 게 현주소다.

그래도 코칭스태프의 믿음은 한결같다. 류중일 감독은 4차전이 끝난 뒤 공격력 향상을 위해 타순을 대폭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승엽은 5차전 5번 지명타자로 선발 명단에 포함됐다. 이승엽을 향한 믿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날 이승엽은 4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수치상 성적은 기대 이하지만 타구의 질이 좋아지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이승엽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믿어야지 어떻게 하겠나. 이승엽이 해줄 것"이라고 다시 한 번 신뢰를 보냈다.
김한수 타격 코치 또한 "이승엽은 분명히 큰 경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줄 선수다. 지금껏 이승엽이 큰 무대에서 임팩트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모습은 어디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2002년 LG와의 한국시리즈에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당시 20타수 2안타의 극심한 부진에 허덕였던 이승엽은 6-9로 뒤진 9회말 1사 1,2루 상황에서 LG 이상훈의 슬라이더를 잡아 당겨 오른쪽 펜스를 넘기는 동점 3점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어느덧 30대 후반에 이른 이승엽에게 매 경기 홈런을 기대하는 건 아니다.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터트려 '역시 이승엽'이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 "이~~승~~엽~~ 홈런!"을 외치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31일부터 잠실구장에서 대구구장으로 무대를 옮겼다. 30일 이동일에 달콤한 휴식을 통해 재충전을 마쳤다. 여러모로 이승엽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이면 된다.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걸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일격필살' 이승엽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한 마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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