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여신’ 고나은 “좋은 시어머니 만났으면”[인터뷰]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3.10.31 09: 49

SBS 주말특별기획 ‘결혼의 여신’을 보고 미혼, 기혼 여성과 남성이 결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던 것처럼 배우 고나은 또한 시청자와 같은 입장으로 드라마를 바라봤다. 올해 32살 결혼적령기인 그에게도 ‘결혼의 여신’은 남다른 드라마였다.
고나은은 극 중 현우(이상우 분)의 대학 후배 한세경 역을 맡아 열연했다. 한세경은 대학 시절부터 10년 동안 현우만을 짝사랑한 순정파이자 매사에 솔직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인물. 그러나 현우 앞에서는 한없이 여리기만 한 여자다.
오랜 짝사랑 끝에 현우의 여자가 됐지만 항상 마음이 다른 곳을 향해 있는 현우의 모습에 노심초사하고 불안해한다. 현우는 제주도에서 우연히 만난 지혜(남상미 분)를 잊지 못하고 살다가 결혼할 타이밍에 자신 옆에 있던 착한 여자 세경과 약혼했다가 결국 이별을 고한 남자다. 이에 시청자들은 ‘불쌍하다’며 세경을 안쓰럽게 여겼고 고나은 또한 시청자들과 같은 마음이었다.

“세경이가 참 불쌍한 여자예요. 그리고 참 현실에 없을법한 여자죠. ‘이런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해요. 요즘 10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한 사람만 짝사랑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을 텐데 정말 순수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면 고나은의 연애스타일은 어떨까. 예상했던 대로 열심히 연애하는 사람이었다. 남자와 헤어질 때 미련이 남거나 후회되지 않을 만큼.
“만나는 동안은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연애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야 나중에 안 맞아서 헤어질 때도 미련이 덜 남는 것 같아요. 저는 상대방한테 쿨 하려고 해요.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하려고 해요. 그리고 그런 걸 받아주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것 같아요. 저는 분명하게 표현하는 스타일이라 확실한 남자를 좋아해요. 그래서 현우 같은 남자는 싫어요.(웃음)”
극 중 현우는 결국 세경과의 이별을 택했다. 세경을 사랑하는 여자가 아닌 결혼생활에서 편리함의 대상으로 생각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 실제 30대 남녀들이 생각하는 결혼은 20대 때와는 차이가 있다. 상대를 정말 사랑해서 결혼하기보다는 결혼해야 할 시기에 옆에 있는 사람이고 이 사람이 아니면 또 다른 사람을 만나기 어려울 것 같고 결혼생활 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사람이라고 판단하고 결혼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현우가 정말 마음에 안 들어요. 죽도록 사랑하는 입장에서는 상처예요. 요즘 강물 흘러가듯이 결혼하니까 책임감이 덜해서 이혼율이 높은 것 같아요.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면 행복하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사실 그런 경우가 많지 않잖아요. 물론 처음부터 이혼을 생각하고 결혼하는 건 아니지만 평생 같이 산다는 생각으로 결혼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떠밀려서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결혼과 남녀의 사랑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결혼의 여신’은 현실적인 드라마였다. 상식이 통하지 않고 며느리를 괴롭히는 시어머니와 예비사위의 휴대폰을 몰래 보는 예비장모, 돈만 보고 결혼하는 신부 등이 극적으로 그려져 막장 드라마 같았지만 기혼자들에게는 극 중 인물과 에피소드 모두 현실적으로 다가가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현실적인 드라마인 것 같아요. 물론 제가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주변에서 대사도 크게 공감이 간다고 하더라고요. 결혼한 사람 중에는 고부갈등이 큰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결혼의 여신’이 그중에 한 케이스인거죠. 그런 면에서 나중에 좋은 시어머니를 만났으면 좋겠어요.(웃음)”
편리함을 사랑으로 착각하고 자신을 만나는 현우라는 인물 때문에 고나은은 극 중 참 많이도 울었다. 생각 없이 마음에 품고 있는 여자와 찍은 사진을 버리지 않고 둔 것도 그렇고 세경을 의무적으로 만나는 모습도, 끝내 헤어지자고 한 것까지 모두 세경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 놨다. 때문에 세경은 수없이 울었고 그런 세경을 연기하는 고나은 또한 세경과 함께 힘들었다.
“우는 게 진짜 힘들어요. 보통 울고 나면 진이 빠지는데 우는 연기하고 나면 다크서클이 올라오고 눈이 퀭해져요. 예전에는 우는 연기할 때 슬픈 생각을 했는데 요즘에는 상황 자체를 생각하면서 감정을 잡으려고 해요. 슬펐던 기억을 가지고 우는 것과 상황에 빠져서 우는 건 다른 것 같아요. 요즘에는 감정 잡을 때 상황에 충실히 하려고 해요.”
고나은은 다음에 로맨틱 코미디나 시트콤 속 밝은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그러나 조바심을 내고 달려가려는 생각은 없다. 높은 곳을 올라가려는 것보다는 꾸준히 연기하는 게 목표인 고나은.
“20대 때는 조바심이 많이 났어요. 그 시기를 지나고 30대가 되니까 조바심을 낸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주어진 것들에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잘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쉬지 않고 계속해서 일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일할 때는 바쁜데 일 안 할 때는 백수나 마찬가지잖아요. 예전에는 쉬는 동안 안달이 났었는데 이제는 그 시간을 어떻게 잘 보낼까 생각해요. 차근히 내공을 쌓아서 오래 연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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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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