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등에 폭탄을 업고 뛰는 기분이에요”.
긴장감을 가감없이 표현했으나 마운드에 올라가면 씩씩함 그 자체다. 후반기서부터 두산 베어스의 필승 카드로 맹활약 중인 2년차 우완 윤명준(24)이 포커페이스를 보여주는 와중에도 자신이 긴장감 속에서 던지고 있음을 밝혔다.
광주 동성고-고려대를 거쳐 지난해 1라운드 신인으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윤명준은 대학 시절 최고 우완으로 꼽혔던 투수. 데뷔 첫 해에는 발목 수술과 안면 부상 등으로 1군 3경기 출장에 그쳤고 올 시즌에도 전반기에는 안 좋은 모습으로 아쉬움을 샀다. 몸에 맞는 볼로 인해 1군 8경기 출장정지 징계까지 받았던 윤명준. 그러나 후반기서는 23경기 4승4세이브7홀드 평균자책점 1.06으로 대단한 위력을 비췄다.

윤명준의 진가는 포스트시즌에서도 발휘되고 있다. 후속 투수의 승계주자 실점 등이 아쉬웠을 뿐 윤명준은 좌완 없는 두산 계투진에서 가장 씩씩하게 공을 던지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서 5경기에 모두 출장한 윤명준은 1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25로 맹활약 중이다. 5차전 패배 속에서도 윤명준은 자기 몫을 확실히 해냈다.
31일 대구구장서 한국시리즈 6차전을 앞두고 만난 윤명준은 “힘든 것도 사실이기는 하다. 마치 폭탄을 등에 업고 뛰는 기분”이라며 포스트시즌 초보로서 체력과 정신적인 부담감에서 아직 온전히 자유롭지 않음을 밝혔다. 윤명준은 지난 29일 5차전 7회초서 이승엽을 중견수 플라이로 막았는데 이 타구는 펜스 바로 앞에서 잡혔다. 다른 구장이었다면 홈런이 되었을 법한 타구였다.
“이승엽 선배와의 대결은 하나하나가 제게는 큰 영광입니다. 최근 슬럼프라고 해도 이승엽 선배는 국민타자시니까요. 7회 뜬공은 사실 제 실투였는데 계속 타구가 뻗어나가 깜짝 놀랐어요. 8회 진갑용 선배께 내준 중전 안타도 실투에 의한 것이었고요. 부담은 크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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