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6] ‘혼신의 42구’ 차우찬, 삼성 살렸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10.31 21: 41

이틀 전 6⅓이닝 동안 100개의 공을 던졌던 투수가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어깨와 팔에 힘이 하나도 없을 법 했지만 혼신의 역투로 팀을 구해냈다. 한국시리즈 들어 삼성 마운드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차우찬(26)이 삼성을 벼랑 끝에서 구해냈다.
삼성은 3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1-2로 뒤진 6회 터진 채태인의 역전 2점 홈런으로 전세를 뒤집은 뒤 7회 박한이의 쐐기 3점포까지 터지며 6-2로 이겼다. 역전에 성공한 뒤 권혁 안지만을 차례로 올려 승리를 결정지은 삼성은 이로써 시리즈 전적을 3승3패로 만들며 승부를 최종전까지 몰고 갔다.
겉으로 드러나는 영웅은 채태인과 박한이였지만 그에 못지않은 팀 공헌도를 보여준 숨은 영웅이 있었다. 바로 차우찬이었다. 이날 삼성은 마운드 운영에 애를 먹었다. 기대를 모았던 선발 릭 밴덴헐크는 1회 1실점한 뒤 오른쪽 이두근 통증으로 예상보다 마운드를 일찍 내려갔다. 이어 마운드에 오른 배영수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2회 위기는 아슬아슬하게 넘겼으나 3회 선두 최준석에게 안타, 오재일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무사 2,3루에 몰렸다.

삼성 벤치는 주저 없이 또 한 번의 투수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1사 2,3루에서 차우찬을 투입시켰다. 사실 걱정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차우찬은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일찍 무너진 선발 배영수를 구원해 6⅓이닝 동안 역투했다. 그러나 투구수는 100개였다. 사실상 선발 투수 몫을 한 셈이었다. 4일 휴식, 적어도 3일 휴식은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의지를 불태운 차우찬은 이틀을 쉬고 이날 마운드에 올랐다.
당연히 구속은 떨어져 있었다. 직구 최고 구속이 140㎞ 초반에 머물렀다. 한창 좋을 때보다 3~4㎞는 떨어졌다. 슬라이더 등 변화구의 힘도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두산 타자들을 노려봤다. 3회 1사 만루의 위기에서 최재훈을 2루수 방면 병살타로 처리하고 절대적 위기에서 벗어났다. 만약 삼성이 여기서 점수를 더 허용했다면 분위기는 완전히 두산의 흐름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차우찬이 실점을 막았고 이는 삼성의 3회 동점으로 연결됐다.
4회도 넘긴 차우찬은 5회 선두타자 최준석에게 좌월 솔로홈런을 허용했다. 구속이 떨어진 상황에서 몸에 힘이 떨어지다 보니 공이 높게 갔다. 이후에도 오재일에게 우전안타, 손시헌에게 희생번트를 내주고 1사 2루에 몰렸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힘을 다해 이종욱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심창민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심창민도 최재훈을 3루수 땅볼로 잡아 벤치로 돌아가는 차우찬의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투구수는 42개. 최고의 투구는 아니었지만 최선의 투구라고 할 만했다. 두산으로 넘어가려던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끝까지 붙잡고 늘어진 차우찬 덕에 삼성도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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