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6] ‘응답 못 한 2012’ 재현한 두산 타선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10.31 21: 42

응집력을 상실했던 지난해 타격을 그대로 답습했다. 체력적으로 지친 것은 어쩔 수 없어도 선구안으로 상대를 괴롭히지 못했고 안 좋은 공에 배트가 나가면서 잇단 잔루 만루 경기가 이어졌다. 두산 베어스는 이런 경기를 보여주려고 한국시리즈를 6차전까지 끌고 간 것인가.
두산은 31일 대구구장서 벌어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서 선발 더스틴 니퍼트의 분전과 1회 정수빈-5회 최준석의 솔로포에도 불구, 잇단 잔루전과 어이없는 작전 실패 등으로 인해 2-1 박빙 리드를 자초했고 결국 상대 예봉에 니퍼트가 완전히 꺾이며 2-6으로 패했다. 3승1패까지 앞서며 우승 눈앞까지 갔던 두산은 결국 3승3패로 최종 7차전까지 시리즈를 끌고 갔다.
초반 판세는 두산이 우세했다. 이두근 통증으로 인해 제 구위를 선보이지 못하던 릭 밴덴헐크를 상대로 정수빈이 1회초 선두타자 솔로포를 터뜨리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밴덴헐크가 1이닝 만에 강판한 후 두 번째 투수 배영수도 투구 내용은 불안했다. 2회초 이종욱의 우익수 방면 안타와 김재호의 몸에 맞는 볼, 허경민의 몸에 맞는 볼로 2사 만루 찬스가 왔는데 김현수는 3구 째 성급한 배팅으로 파울플라이를 때려냈다. 그렇게 배영수는 첫 이닝을 무실점으로 넘겼다.

3회초 최준석의 좌전 안타와 오재일의 우중간 2루타로 무사 2,3루 찬스가 된 순간. 그러나 손시헌이 배영수의 초구를 성급하게 당기는 바람에 1사 2,3루가 되었다. 후속 타자 이종욱이 차우찬으로부터 볼넷을 얻어 나가 만루가 된 순간. 최재훈의 타구는 5구 째 2루수 앞 병살타로 이어졌다. 최재훈의 타격 능력이 뛰어난 편이 아님을 감안하면 상향 배치되었던 손시헌의 초구 땅볼이 가장 아쉬웠다.
두 번의 잔루 만루 이후 5회초 최준석이 홈런을 때려내며 2-1 박빙 리드를 다시 잡은 두산. 6회초 선두타자 김재호가 볼넷으로 출루하며 기회가 왔으나 정수빈의 기습번트는 어이없는 포수 파울플라이로 이어졌다. 굉장히 잡기 좋게 뜬 플라이였다. 이어 허경민이 초구부터 성급하게 휘둘러 1루수 뜬공으로 아웃되었고 민병헌도 결국 심창민에게 헛스윙 삼진당했다. 이날 패배와 함께 두산의 잔루는 총 14개가 되었다.
체력이 많이 떨어진 두산은 분명 굉장히 분전했다. 그러나 체력이 안 되면 정신력으로라도 몸을 끌고 올라온 두산이다. 두산이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던 것은 나쁜 볼에 성급하게 배트를 휘두르지 않고 끈질기게 상대 투수를 괴롭히고 확실한 노림수를 가지고 방망이를 휘둘렀던 집중력 덕분이다. 그러나 6차전은 마치 초구부터 성급하게 달려들고 삼진 대신 병살을 쌓던 그 2012년과도 비슷했다. 2012년 두산은 허울 좋은 타율과 최소 삼진만이 자랑거리였을 뿐 장타율, 출루율, 최다병살 등 안 좋은 기록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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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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