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대장은 흔들림이 없다. 다소 지칠 법도 한 일정에서도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이런 오승환(31, 삼성)이 과연 사상 초유의 한국시리즈 4세이브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그 자체가 삼성의 통합 3연패 금자탑을 의미한다.
오승환은 3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6-2로 앞선 9회 2사 1,2루에 등판했다. 사실 이날 오승환은 등판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9회가 시작될 때 삼성이 4점의 우위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두고 조현근이 볼넷과 안타 하나씩을 허용하며 주자가 득점권에 나가자 삼성 벤치는 주저 없이 오승환을 호출했다. 그리고 오승환은 이종욱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세이브였다.
이로써 오승환은 이번 한국시리즈 들어 4경기에서 3세이브를 수확했다. 2차전에서 4이닝 동안 53개의 공을 던지는 투혼을 발휘한 오승환은 오히려 오재일에게 결승 솔로포를 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하지만 악몽은 잠시였다. 3차전에서 1이닝 무실점으로 건재를 과시한 오승환은 5차전에서 다시 1이닝 무실점으로 팀 승리를 지켰다. 그리고 6차전에서는 한 타자를 돌려세우며 위기를 진화했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는 시대에 따라 경기수의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는 1982년 원년부터 7전 4선승제를 지켜오고 있다. 이런 역대 30번의 한국시리즈에서 한 명의 투수가 네 번의 세이브를 기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3세이브도 네 번밖에 없는 일이다. 1997년 임창용(당시 해태), 1999년 구대성(당시 한화), 2004년 조용준(당시 현대), 그리고 2011년 오승환이 주인공이다.
구대성은 1999년 롯데와의 한국시리즈에서 1승3세이브를 기록했다. 1·2·4차전에서 세이브를 따낸 구대성은 5차전에서 구원승을 거두며 팀의 우승을 결정지었다. 하지만 어쨌든 4세이브는 아니었다. 조용준 또한 3세이브와 두 차례의 무승부를 기록하는 등 마지막까지 마운드를 굳건히 지켰으나 역시 4세이브는 아니었다. 오승환이 처음으로 이 업적에 도전하는 것이다.
물론 오승환의 기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삼성의 통합 3연패다. 다만 삼성의 통합 3연패를 위해서는 오승환의 마무리 능력이 필요할 공산이 매우 크다. 기본적으로 장원삼(삼성)-유희관(두산)의 선발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보이는데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두산도 전력 총동원이 예고되어 있다. 삼성이 많이 도망가지 못할 가능성, 그리고 경기가 팽팽하게 흘러갈 확률이 크다. 오승환이 팀 우승을 결정지으며 기록까지 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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