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윤명준 미스터리, 왜 6차전도 나왔을까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11.01 06: 33

한국시리즈 시작 전, 두산은 삼성에 비해 불펜싸움에서 밀린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두 명의 투수 덕분에 두산은 준 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서도 불펜의 힘을 유지하며 시리즈를 최종전까지 끌고왔다. 바로 핸킨스와 윤명준이다.
특히 윤명준의 각성은 두산에 천군만마가 됐다. 2012년 입단한 윤명준은 첫 해 이렇다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올해 정규시즌에는 34경기에 나서 45이닝을 소화, 4승 1패 4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4.00을 기록했다. 그리고 그의 잠재력은 포스트시즌 들어서 폭발했다. 준 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팀을 위기에서 숱하게 구해낸 윤명준은 한국시리즈에서도 6경기에 모두 출전, 4이닝을 소화하며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하고 있다.
이미 한국시리즈 모든 경기에 출전한 윤명준이 7차전에도 마운드에 오른다면 역대 단일 한국시리즈 최다출장 2위 기록을 세우게 된다. 2004년 이상열과 신철인(이상 현대)는 한국시리즈 8경기에 나서 1위를 기록 중이다. 또한 2004년 조용준(현대)과 권오준(삼성)은 각각 7경기씩 나섰다. 그런데 2004년 한국시리즈는 총 9차전까지 치러졌기에 시리즈 전 경기에 나선 건 아니다.

차명주(두산)가 2000년 한국시리즈에서 7경기에 출전했는데 이제까지 유일하게 7차전 이상까지 계속된 한국시리즈에서 전경기에 나선 유일한 사례로 남아 있다. 만약 윤명준이 7차전까지 나선다면 13년 전 팀 선배의 뒤를 따라 뜻깊은 기록을 세우게 된다.
문제는 윤명준의 6차전 등판이다. 두산은 7회 선발 니퍼트가 박한이에게 스리런 홈런을 허용하면서 2-6까지 점수가 벌어졌다. 당시 윤명준은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었는데, 경기 막판 점수차가 4점이나 벌어진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갔다. 그리고 채태인에게 안타를 허용하고 곧바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경기의 흐름 상 윤명준이 마운드에 오를 시점은 분명 아니었다. 삼성의 불펜을 감안한다면 4점 차에서는 최대한 필승조 선수들을 아꼈어야 했음에도 윤명준을 마운드에 올린 건 의구심을 낳았다. 그리고 윤명준의 이해하기 힘든 등판은 의사소통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서였음이 밝혀졌다. 경기 후 두산 김진욱 감독은 "준비는 했지만 올리려던 계획은 없었다. (니퍼트 강판 후) 윤명준이 아니었지만 관중 함성으로 잘못 전해져 윤명준이 올라갔다"고 해명했다.
이번 한국시리즈 두산의 두 번째 실수다. 두산은 3차전에서 코칭스태프가 두 번 페어지역에 들어가면서 잘 던지던 선발투수 유희관이 4회 강제로 마운드를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비록 그날 경기는 졌지만 유희관은 체력을 보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얻은 게 전혀 없다고만은 말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윤명준의 6차전 투입은 조금 다르다. 이미 경기가 기운 상황이었기에 윤명준이 얻을 수 있는 건 없었다.
윤명준은 체력고갈과 중압감 두 가지 적과 싸우고 있다. 팀 패배로 하루 휴식을 받을 수 있었지만 코칭스태프의 실수로 결국 한국시리즈 연속출장 기록을 이어가고 말았다. 윤명준이 6차전에 등판, 공 5개를 던진 것이 7차전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cleanup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