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채태인-차우찬, 류중일 믿음에 부응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11.01 08: 10

부진했던 시기도 있었다. 기대만큼 비난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류중일 삼성 감독은 두 선수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았고 그 믿음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채태인(31)과 차우찬(26)의 맹활약이 삼성의 통합 3연패 불씨를 되살렸다.
삼성은 3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6-2로 이겼다. 4차전까지 시리즈 전적 1승3패로 밀렸던 삼성은 5·6차전을 모두 잡으며 말 그대로 기사회생했다. 6차전 영웅은 채태인과 차우찬이었다. 채태인은 1-2로 뒤진 6회 역전 2점 홈런을 터뜨리며 경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차우찬은 팀이 0-1로 뒤진 3회 1사 2,3루에서 등판해 위기를 무실점으로 진화했다. 릭 밴덴헐크와 배영수가 일찌감치 내려간 상황에서 삼성이 끝까지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했다.
두 선수의 활약은 비난 6차전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한국시리즈 내내 팀의 투·타를 지탱하는 기둥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채태인은 6경기에서 타율 2할8푼(25타수 7안타)을 기록 중이다. 타율이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영양가가 만점이다. 5차전에서 선제 솔로홈런, 6차전에서 결승 2점 홈런을 때린 채태인은 팀 내 최다인 총 14루타를 기록하며 장타력을 과시 중이다.

1승도 없는 차우찬이지만 마운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6경기 중 4경기에 나서 11⅓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1.59를 기록했다. 특히 4차전에서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6⅓이닝 동안 100개의 공을 던지며 고군분투했고 이틀을 쉬고 6차전에 나서는 투혼을 발휘하기도 했다. 차우찬이 없었다면 삼성 마운드는 여러 악재에 일찌감치 무너질 수도 있었다.
화려해 보이지만 사실 힘든 시기도 있었다. 지난해는 두 선수에게 악몽이었다. 2010년과 2011년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10승)를 거둔 차우찬은 지난해 6승7패2홀드 평균자책점 6.02에 그쳤다. 선발 자리를 내놨다. 채태인은 더 심각했다. ‘인간승리’ 페이지를 장식했던 채태인은 2011년 타율 2할2푼, 지난해에는 타율 2할7리로 추락했다. 뇌진탕 후유증, 여러 부상 여파가 겹친 결과였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은 두 선수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았다. 어떻게든 활용해보려고 애썼고 충분한 기회를 주면서 두 선수의 재기를 기다렸다. 이는 올 시즌 정규시즌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맺었다. 차우찬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43경기에서 10승7패3홀드 평균자책점 3.26으로 맹활약했고 채태인은 94경기에서 타율 3할8푼1리로 ‘장외 타격왕’에 올랐다. “선수를 편애한다”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던 일부 팬들의 생각도 싹 바뀌었다.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대미는 7차전에서 찍어야 한다. 이미 많은 이닝을 소화한 차우찬이 7차전에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매 경기 뛸 각오가 되어 있다”고 밝힌 차우찬의 눈빛과 기백은 여전히 살아있음이 6차전에서 증명됐다. 2경기 연속 홈런을 때린 채태인도 이 상승세를 7차전까지 이어갈 기세다. 믿음으로 살아난 두 선수가 이번에는 팬들의 믿음까지 독차지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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