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오 마이 베이비'(이하 오마베)까지 합세하면서 육아 예능 삼국지가 완성됐다.
현재 방영 중인 대표적인 육아 예능 프로그램으로는 열풍을 만든 원조 프로그램 MBC '일밤-아빠 어디가'와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있다. '아빠 어디가'가 5세에서 9세까지 아이들과 아빠가 떠나는 여행을 콘셉트로 한다면,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아빠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갓난 아기들의 리얼 육아기를 담는다.
여기에 '오마베'까지 합류하면서 육아 예능 삼각편대가 만들어졌다. '오마베'는 아빠와 자식이라는 구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함께 증가하고 있는 조부모들의 육아 라이프를 다룬다. 팔팔한 청년들도 두손 두발 드는 육아를 황혼에 접어들어 다시 시작하려니 숨이 막히지만, 이제 육아는 생계를 위해 직장을 나가야 하는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피할 수 없는 숙제가 됐다.

지난달 31일 첫 방송된 '오마베'에서는 이런 리얼한 현실을 숨김없이 화면에 담았다. 아름다운 일상만이 아니라 '지지고 볶고' 시끌벅적하게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이 담백하게 그려졌다. 밥을 먹기 싫어 식탁 아래로 기어들어가는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 자리에 앉혀 밥을 먹여야 하는 육아의 고통이 깊이 있게 담겼다.
대부분의 할아버지, 할머니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지 못해 문제가 생겼다. 힘들게 끓인 자장라면을 버려두고 친구를 만나러 가는 손녀를 배웅해줘야 하는 할아버지(임하룡)의 모습, 밥알을 식탁에 퍼뜨리고 공놀이를 하다 결국 사고를 친 손자, 손녀를 혼내야 하는 할머니(김명자)의 표정은 진심으로 슬퍼 보였다. '내가 왜 이 정도 밖에 안되나'라고 스스로 반문하고 자책하고 미안해 하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이었다.
각 출연자들의 성격은 육아 방식에 묻어나기도 했다. 시골에 살고 있는 임현식은 점점 '촌놈' 같은 비주얼로 변화하는 손자 김주환 군의 모습에 매우 흡족해 했다. 그는 "인간성이 풍부한 촌놈으로 키우고 싶다"는 바람을 보였다. 실제 임현식의 육아 스타일은 '설렁설렁'이었다. 이를 닦기 싫다는 손자의 말에 흔쾌히 '예스'를 외쳐 웃음을 자아냈다.
반면 깨알같은 아이들의 애교는 '오마베'의 활력소였다. "할머니~"라고 외치며 반갑게 조모의 품에 안긴 아역배우 최로운은 할머니를 위해 구성진 트로트 곡을 불렀다. 또 할머니가 튀겨온 메뚜기를 맛있게 오물오물 먹으며 금세 시골에 적응했다. 해질 무렵까지 마늘을 까며 노동의 즐거움(?)을 맛보기도 했다.
'오마베'의 무기라면 현실 속에서 깨알처럼 만들어지는 에피소드들을 다룬다는 점이다. 꾸며진 장치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어제도, 오늘도 있었던 일상을 '방송으로 내보낸다'는 차이만 있다. 따라서 쉽게 몰입하고,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아빠 어디가'를 보며 결혼에 대한 판타지를 쌓았던 시청자들이라면,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보며 출산에 대한 청사진을 그렸을 것이다. '오마베'는 2013년 11월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맞벌이 가정의 현실을 보여주며 일상생활 속 육아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오마베'는 아름답지만은 않다. 하지만 아이와 어른이 서로를 바라보며 성장해 가는 스토리가 있다. 이제 '오마베'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이야기의 첫 장을 이제 시작한 셈이다. 이들이 '오마베'가 끝날 때쯤엔 어떤 그림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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