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판으로는 모자랐다. 결국 끝까지 왔다. 3년 연속 통합 챔피언을 노리는 삼성과 2001년 이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두산이 7차전에서 충돌한다. 전력 이상의 무형적 요소가 대격돌할 전망인 가운데 세 가지를 화두로 뽑아볼 수 있다.
6차전까지 3승3패로 팽팽한 균형을 이룬 삼성과 두산은 1일 대구구장에서 운명의 한국시리즈 7차전을 갖는다. 이미 서로가 보여줄 수 있는 패는 모두 꺼내든 상황이다. 힘도 부친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포스트시즌에서만 15경기를 치른 두산은 말할 것도 없고 삼성도 시리즈 전적을 원점으로 맞추느라 마운드 출혈이 심했다. 어쩌면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는 것이 우선이다. 정신력 싸움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승패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관심을 가져볼 만한 몇몇 부분은 있다. 역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손꼽히는 것은 선발 싸움이다. 장원삼(삼성)과 유희관(두산)이라는 팀 내 좌완 에이스들의 리턴매치가 준비되어 있다. 두 선수는 3차전에서 맞대결을 벌였다. 당시 승자는 장원삼이었다. 장원삼은 6⅓이닝 4피안타(1피홈런)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반면 유희관은 운이 따르지 않았다. 동료들의 실책, 그리고 벤치의 실수로 3⅔이닝 5피안타 2실점(1자책점) 패전투수가 됐다.

선발투수의 몫은 매 경기 중요한 법이지만 7차전과 같은 경우는 더 막대하다. 기선 제압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불펜 사정과도 연관이 있다. 선발들이 무너져 일찌감치 동원된 경우가 많았던 삼성 불펜은 이미 기진맥진이다. 반대로 두산은 불펜의 믿을맨들이 부족하다. 두 선수가 최대한 오랜 이닝을 끌어주며 경기를 만들어야 한다. 가장 어깨가 무거운 선수들이라고 할 만하다.
벤치의 냉정함도 포인트다. 한 번의 실수는 곧 한국시리즈 우승 실패를 의미한다. 마지막에 온 급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냉정을 찾기 쉽지 않지만 빠르고 정확한 결단이 필요하다. 두산의 경우는 이미 이를 뼈저리게 느꼈다. 3차전에서 유희관이 일찍 내려갈 수밖에 없었던 것도 벤치의 실수였고 6차전에서는 윤명준이 잘못 마운드에 오르기도 했다. 불펜이 지친 삼성으로서도 교체 타이밍을 정확하게 가져갈 맑은 눈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전력은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의외의 한 방을 터뜨릴 수 있는 선수들은 반드시 필요하다. 역대 사례만 봐도 주전이든 비주전이든 먼저 터지는 팀이 이기는 경우가 많았다. 두산이 부상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 또한 매 경기 다른 영웅들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7차전에서도 부상병들이 많지만 기본적으로 두꺼운 선수층에 기대를 건다.
삼성은 좋은 감을 이어가고 있는 중심타선은 물론 배영섭 이승엽 등 부진했던 주축 선수들의 반등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어차피 최종전까지 온 이상 6차전까지의 성적은 무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이승엽의 경우는 극적인 드라마를 쓴 ‘경력’이 많기에 마지막까지 기대를 놓을 수 없는 카드다. 가장 근래 7차전을 치렀던 2009년 KIA와 SK의 한국시리즈에서도 마지막 경기에서 홈런이 결정적 비중을 차지했다. 경기를 끝낸 것도 홈런이었다. 홈런 타자의 몫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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