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마지막 7차전까지 왔다.
두산과 삼성의 한국시리즈가 마지막 목적지에 다다랐다. 두산이 4차전까지 3승 1패를 기록, 쉽게 우승에 닿을 했으나 삼성이 저력을 발휘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1일 7차전서 두산이 이기면 한국프로야구 최초 4위팀의 우승, 삼성이 승리하면 1승 3패를 뒤집은 첫 번째 케이스가 된다. 결국 양 팀 중 어느 쪽이 이겨도 한국프로야구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되는 것이다.
시리즈 전적은 3승 3패로 동률이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삼성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일단 4차전까지 침묵했던 타선이 5차전을 기점으로 완전히 살아났다. 5차전 안타 11개로 7점을 뽑으며 배트를 달궜고 6차전에는 채태인과 박한이의 홈런 두 방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막강 좌타라인이 마침내 침묵에서 벗어난 반면, 두산 타자들은 체력의 한계와 마주하며 배트 스피드를 잃어버렸다.

투수진도 전체적으로 보면 삼성이 위다. 삼성은 2차전 역전패의 충격을 딛고 필승조가 제자리를 찾았다. 차우찬 배영수 밴덴헐크의 컨디션이 좋지 않지만 불펜진의 체력소모는 크지 않다. 반대로 두산은 불펜이 포스트시즌을 거듭하면서 동반상승을 이뤘지만, 여전히 누구 한 명을 마무리투수로 낙점하지 못했다. 확실한 보직이 정해져있지 않기 때문에 불펜 운용에 박자를 맞추기가 힘들다. 6차전서 아낀 데릭 핸킨스가 한국시리즈 무실점 호투를 이어가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처지다.
두산의 희망은 7차전 선발투수 유희관이다. 유희관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3경기 21⅓이닝을 소화하며 2실점 평균자책점 0.84로 철벽투를 펼쳤다. 함께 에이스 트리오를 이룬 노경은과 더스틴 니퍼트가 다소 주춤한 데 반해 유희관은 가을 잔치를 맞이하며 페이스가 더 올라왔다.
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유희관이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벤치실수로 어이없게 조기 강판됐다는 점이다. 당시 유희관은 4회초 2실점 후 강성우 배터리 코치가 그라운드로 들어왔고 심판진은 이를 두고 두산 벤치가 유희관과 접촉했다고 판정했다. 이전에 정명원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랐기 때문에 코칭스태프가 두 차례 유희관과 접촉한 게 됐고, 유희관은 공 52개만을 던진 채 마운드서 내려가고 말았다.
이후 두산의 마운드 운용은 유희관의 등판 여부에 집중됐었다. 하지만 두산 김진욱 감독은 끝까지 유희관을 아꼈다. 6차전을 앞두고 유희관의 불펜 등판 가능성을 전했지만, 끝내 유희관은 등판하지 않았다. 결국 유희관은 3차전 선발 등판서 평소보다 적은 공을 던졌음에도 4일 휴식을 가진 채 우승이 걸린 경기서 선발 등판하게 된 것이다.
두산에 긍정적인 부분도 여기에 있다. 산술적으로 봤을 때 같은 날 99개를 던진 장원삼보다 52개를 던진 유희관의 컨디션이 나을 확률이 높다. 만일 유희관이 벤치실수를 발판삼아 준플레이오프 5차전과 같은 칼제구를 펼친다면, 두산은 선발 싸움서 우위를 점하고 우승에 다가갈 수 있다. 김진욱 감독이 3승 1패서 전력을 다해 조기에 시리즈를 종료하는 것을 피한 것도, 노경은‧니퍼트‧유희관 중 한 명은 선발승을 올리리라는 믿음이 있어서일 것이다.
이제 마지막 무대다. 두산은 상대가 선발투수 없이 나선 6차전서 니퍼트 카드를 쓰고도 패했다. 유희관이 잘 던져야 두산이 산다. 과정은 박수 받아 마땅하지만 세상은 결과만 본다. 이기지 못하면 두산은 2인자 징크스서 이번에도 벗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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