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롯데 에이스 최동원은 삼성을 상대로 홀로 4승을 거두며 우승을 끌었다. 그의 4승은 앞으로 영원히 깨지지 않을 기록으로 남아있다. 비록 그의 기록을 깰 수 없을 지언정 그의 정신만은 오롯이 살아있다. 2013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투수들이 최동원을 떠올리게 하는 투혼을 던지고 있다.
한국시리즈는 7전4선승제 단기전이다. 상황에 따라 변칙적 운용이 불가피하다. 삼성은 기존 1+1 마운드 운용 뿐만 아니라 상식을 파괴하는 '막가파식' 운용으로 벼랑끝 승부를 벌이고 있다. 정상적이지는 않지만 단기전에서 승리를 위해서는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1984년 롯데가 우승할 때 최동원 선배가 혼자서 4승을 올렸다. 당시 강병철 감독에게 '최동원은 오늘도 등판하는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었는가. 그때는 그게 당연했다"며 "이후 메이저리그를 자주 보게 됐고, 혹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며 우리도 투수들을 관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규시즌에서 지금처럼 선발이 2경기 연속 던지고, 마무리가 50개 이상을 던지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단기전이고, 한 경기라도 지면 끝이다"며 "단기전은 구위가 좋은 투수들을 계속 쓸 수밖에 없다. 선수들 모두 힘은 들겠지만, 단기전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삼성 투수들은 최동원을 연상시키게 하는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외국인 투수 릭 밴덴헐크는 2차전 선발등판 후 3일을 쉰 다음 5차전에서 구원으로 나왔고, 6차전에서는 선발등판했다. 그는 "던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등판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그러나 그 후유증인지 우측의 이두부 근육통으로 1회만 던지고 내려와야 했다. 암운이 드리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삼성에는 차우찬이 또 있었다. 배영수에 이어 3회 1사 2·3루에서 구원등판해 실점 없이 막은 차우찬은 5회 최준석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을 뿐 2⅓이닝을 1실점으로 버텼다. 지난 4차전에서 구원으로 100개의 공을 던진 후 불과 이틀 쉬고 또 나와 42개의 공을 던졌다.
7회에는 안지만이 마운드를 넘겨받았다. 그는 5차전에서 3회부터 구원으로 조기투입돼 3⅔이닝 45구를 던진 뒤 하루 휴식을 취하고 6차전에서 1⅔이닝 21구로 투혼을 불살랐다. 2차전에서 4이닝 53구를 소화한 오승환은 3·5·6차전에서 모두 구원으로 나왔다. 그는 "다시 50개 이상 던지라면 또 던질 수 있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류중일 감독은 "수세에 몰렸는데 우리 선수들 대단하다"며 "중간 투수들이 잘 던지고 있다. 역시 우리 불펜은 최강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7차전에 대해서도 류감독은 "마지막 경기이니까 모든 투수들을 총동원해서 꼭 3연패할 수 있도록 하겠다. 밴덴헐크도 근육통이라 하루 만에 나을 수 있다"는 말로 투혼의 역전 우승 다짐했다.
삼성 투수들의 불꽃 투혼이 막바지 가을야구를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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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