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기웅의 물오른 코믹 연기가 드라마 ‘상놈탈출기’의 재미를 더했다.
박기웅은 지난 달 31일 방송된 MBC 10부작 단막 드라마 시리즈 ‘드라마 페스티벌’ 5부 ‘상놈탈출기’에서 하루 아침에 노비로 오해받는 영의정 외아들 이호연을 연기했다.
이 드라마는 영의정의 귀한 아들 호연이 노비들의 현실을 알게 되며 불합리한 구조를 바꾸기 위한 고군분투기를 담았다. 사극이고 부조리한 조선시대의 구조적인 모순을 지적하는 이야기였지만 무겁기보다는 유쾌함이 넘쳤다.

무엇보다도 양반으로 허세를 떨면서 살다가 노비가 된 후 노비들과의 우정을 쌓으면서 개과천선하는 호연 역을 맡은 박기웅의 코믹 연기가 드라마의 재미를 이끌었다.
박기웅은 이날 양반으로 살 때는 주정뱅이로서 토악질을 하고, 허세 가득한 표정과 행동으로 캐릭터의 얄미운 매력을 살렸다. 얼굴에 검은 칠을 하고 노비가 된 어이 없는 상황에 분노했다가 허세를 버리지 못하는 이중적인 호연의 행동은 박기웅의 감칠 맛 나는 코믹 연기가 만나 안방극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작정하고 망가진 박기웅의 힘을 뺀 코믹 연기는 일품이었다.
코믹 연기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노비의 생활상과 현실을 이해하면서 진중하게 변모하는 모습까지 표현했다. 박기웅은 한 드라마에서 보여줄 수 있는 다채로운 캐릭터를 소화하며 ‘상놈탈출기’의 주연으로서 무게 중심을 잡았다.
너스레를 떨다가도 신분제도의 폐해에 분노하며 표정이 싹 바뀌는 연기는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상놈탈출기’가 양반들을 위한 조선시대의 허울뿐인 신분 제도를 다루면서 요즘 인간관계의 문제까지 되짚는 심도 있는 이야기를 다룬 까닭에 캐릭터 소화가 쉽지 않았을 터. 지난 해 드라마 ‘각시탈’에서 악역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그는 단막 드라마라는 짧은 호흡의 드라마에서도 높은 캐릭터 몰입도를 보여주며, 다시 한번 연기력을 뽐냈다.
한편 MBC는 신인 배우, 작가, 연출을 발굴하고 작품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단막 드라마 10편을 준비했다. ‘상놈 탈출기’는 신선한 이야기 소재와 의미 있는 주제 의식으로 안방극장의 호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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